2024-04-26 17:51 (금)
살무사론(殺毋蛇論)
살무사론(殺毋蛇論)
  • 감충효
  • 승인 2019.02.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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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무사론(殺毋蛇論)

 

해마다 필자의 산행은 5월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또 하나의 과업이 수행됩니다.

그것은 6월에 있을 산길 달리기를 위한 사전 몸만들기 훈련입니다.

평지의 마라톤보다 여러 가지 여건이 좀 다르기 때문에 적응 훈련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몸을 다치는 일을 예방 할 수 있습니다.

산길은 돌멩이가 많고 평탄하지 않은 요철로 인해 걸려 넘어지거나 몸의 균형 잃을 수가 있기 때문에 위험이 항상 따릅니다. 나무나 잡초가 우거진 곳도 있어 역시 장해물입니다. 경사가 심한 곳을 장시간 뛰다보면 심폐기능에 문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어떤 구간은 비교적 심하지 않은 경사로가 있어 산길 달리기의 연습코스로 안성맞춤입니다. 스틱을 접고 배낭을 추슬러 메고는 달리기가 가능한 곳 까지 리듬을 살려 달리는 겁니다.

그날 오후도 500고지에 오르면서 구간구간 달리기가 이어졌고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면서 달리기 강도를 높이는데 갑자기 황톳길에 고개를 치켜든 살무사와 맞닥뜨립니다. 만약 달리다가 못보고 살무사를 밟았다면 반사적으로 장딴지나 등산화 위쪽의 발목을 물렸겠지요. 뱀은 자기의 몸에서 열을 발생하지 못하는 찬피동물이어서 더운 한낮에 숲속 그늘에 있다가 오후에 온도가 내려가니 따끈따끈한 지열을 받으려고 사람이 다니는 햇살비치는 등산로로 나와서 체온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필자와 서로 마주치게 된 것입니다. 특유의 삼각형 머리를 치켜들고 꼬리 끝을 바르르 떨며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독니를 드러냅니다. 나에게 독이 있으니 그냥 괴롭히지 말고 갈 길이나 가란 경고입니다. 흔히 큰 자갈만 없으면 맨발로 산길 달리기와 걷기를 많이 했는데 이 날 살무사와 맞닥뜨린 후로는 많이 자제합니다. 만약 맨발인 상태에서 살무사를 밟았다면 그 뒤에 올 심각한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살무사과는 세 종류가 있는데 살무사, 쇠살무사, 까치살무사입니다. 모두가 맹독성을 가진 독사(毒蛇)입니다. 사람이 잘못하여 물렸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병원이 가까우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깊은 산중에서 오랜 시간 응급치료 없이 지체하면 아주 곤란한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놈은 출혈독을 가지고 있고 어떤 놈은 신경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혈독이 퍼지면 용혈 작용으로 인해 피가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온 몸으로 독이 퍼져 피부 조직에 괴사가 일어나고 눈, 코, 귀 등으로 피가 뽑혀 나오기도 합니다. 신경독이 퍼지면 횡경막의 마비로 호흡곤란이 오게 되고 심하면 호흡마비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세 종류 중에 고산지대에 사는 까치살무사의 독이 가장 맹독이며 그 맹독으로 인한 자신감에선지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고 똬리를 틀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걸 보면 공포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놈 역시 사람이 괴롭히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사람을 물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른 뱀들은 인기척이 있으면 잽싸게 도망을 가지만 이 까치살무사는 도망가지 않고 있다가 사람이 모르고 밟았을 때나 몸의 일부분이 스쳤을 때 즉각 반응하여 물어버리게 되고 동시에 위턱의 독니 두 개에서 독액이 나와 인체에 주입이 되는 것입니다.

주사기의 원리도 뱀의 녹니에서 인간이 배웠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생각하면 우리나라 산야에 번식하는 뱀처럼 연약한 동물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개구리나 들쥐 같은 동물을 잡아먹을 뿐이고 그 자신은 다시 육식인 맹금류의 먹이가 되는 것입니다. 백로나 두루미에게도 쉽게 잡아먹히는 먹이 사슬의 중간 단계의 위치에 불과합니다. 몸이 길어 노출되어 공격받기 쉽고 발이 없으니 빨리 달릴 수도 없으니 가진 게 독뿐입니다. 이걸 믿고 독이 있는 뱀들은 속도가 느리고 독이 없는 뱀은 반대로 빨리 움직여 자신을 보호합니다.

오늘 산길에서 맞닥뜨린 쇠살무사는 살무사 보다 몸이 좀 작고 무늬가 흐립니다. 그리고 혀가 붉은색에 가까운 갈색이고 살무사와 까치 살무사는 비교적 몸 전체의 무늬가 선명합니다. 까치살무사는 까치처럼 흑백무늬가 아주 선명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혀의 색깔도 검정색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는 쇠살무사의 눈 뒤쪽으로는 갈색 선이 나있고 살무사는 눈 뒤쪽으로 검정색 선이 나있는데 까치 살무사는 그 선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까치살무사는 다른 두 종류보다 덩치가 큽니다. 머리에 7개의 점이 있어 칠점사(七点蛇)라고도 합니다. 무늬도 살무사와 쇠살무사는 직사각형에 가까운 흑백의 무늬가 등줄기 양편으로 갈라져 세로로 나있으나 까치 살무사는 흑백의 무늬가 몸통을 가로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산지대에서만 주로 삽니다. 살무사는 다른 두 종류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꼬리 부분이 약간 노란색을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십 여 년 전 여름에 설악산 공룡능선과 대청봉에 오르기 전 마등령에서 1박할 때입니다. 달 밝은 깊은 산골의 밤은 정령이 살아나서 잠이 잘 오지를 않지요. 그래도 다음날의 힘든 등정을 위해서 수면을 취하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텐트 지붕으로 뭐가 툭 떨어지는데 반투명의 텐트지붕위로 스르륵 소리를 내며 S자로 헤엄치듯 움직이는 것은 분명 뱀임을 직감했습니다. 달빛 비치는 텐트지붕을 통해 뱀의 실루엣을 제대로 본겁니다. 나와서 플렛시를 비춰보니 흑백의 무늬가 선명하기도 하거니와 밝은 달빛을 받아 반질반질 빛나는 장대한 까치살무사였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에 놔두어서는 실수로 일행이 물릴 염려가 있어 멀리 쫒아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살무사를 살모사(殺母蛇)라고도 하여 새끼가 나오면서 어미를 잡아먹는 패륜의 동물로 잘 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뱀은 거의 알을 낳아 몸 밖에서 부화시키는 난생(卵生)인데 살무사 종류는 알을 몸속에 품어 보호하고 있다가 부화하면 몸 밖으로 내보내는 난태생(卵胎生)입니다. 즉 다른 뱀 무리보다 한 단계 진화한 뱀이지요. 보통 5~6마리를 출산하고 나면 어미는 기진맥진하여 드러누워 있게 되고 세상 밖으로 갖나온 새끼는 입을 크게 벌리며 기지개를 켜는데 이 때 사람이 느끼기를 어미를 잡아먹는 걸로 착각하여 패륜의 동물로 묘사하여 살모사(殺母蛇)라고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갓 태어난 새끼들도 맹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미 뱃속에서 나온 새끼들은 이제 어미의 보호도 없고 먹이를 물어다 주지도 않습니다. 혈혈단신 자기가 먹이를 사냥하면서 살아야하기에 조물주가 부여한 살아남기 위한 방편입니다.

오늘 산행 달리기에서 마주친 살무사는 꽤 큰 어미였습니다. 여기 길바닥에 있다가는 누군가의 발에 밟혀 죽거나 밟은 사람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손을 내저어 숲속으로 들어가라고 해도 따뜻한 황톳길에서 버팁니다. 몸의 체온을 태양광이나 지열로 보충하지 못하면 죽고 마는 운명이기에 사람의 배려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봅니다.

혹시 산이나 들에서 실수로 살무사에게 물렸을 때는 독이 온 몸으로 퍼지기 전에 심장 가까운 쪽을 압박붕대나 노끈이나 런닝셔츠 찢은 것으로 꽉 묶고 가까운 병원으로 빨리 가서 혈청주사를 맞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리고 물린 즉시 상처 없는 입으로 물린 곳의 독을 빨아내야 합니다. 물린 곳의 주변에 유리나 다른 예리한 물건으로 상처를 약간 내어 그 쪽으로 독이 섞인 피 흐름을 유도하여 빨아내는 것도 병행하면 더욱 좋겠지요.

주변의 사람이 놀라서 겁을 주거나 난리를 치면 독사에 물린 사람은 안정을 잃게 되고 흥분되어 심장박동이 빨라져 독이 빨리 퍼지니 절대 안정을 시켜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해야 하고 환자를 어떻게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겨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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