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51 (금)
웃어라 꽃섬 11
웃어라 꽃섬 11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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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섬의 기억

 

2020년 8월, 최악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인간이 만든 기후위기가 지구를 미치게 한 것이다. 54일간 쏟아진 폭우는 경남의 하동과 전남의 구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과정에서 수백 마리의 소들도 실종되거나 죽었다. 그중에서 소 한 마리가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난초섬에서 구출되었다. 이 소의 귀표번호를 조회한 결과 구례읍 축산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16개월 암소로 확인됐다. 이 암소는 구례 서시천이 범람하면서 읍내가 모두 물에 잠겼고 축사가 침수되면서 표류했고. 섬진강 물살을 따라 헤엄치다 난초섬에 다다른 것이다. 구례에서 남해 난초섬까지는 67㎞에 달한다. 기적이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지면 둘 다 헤엄쳐서 나온다. 말이 헤엄 속도가 빨라 거의 소의 두 배 속도로 나온다. 그런데 장마기에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큰물에 소와 말을 동시에 던져보면 소는 살아나오는데 말은 익사한다. 말은 자신이 헤엄을 잘 치는데 강한 물살이 자신을 떠미니깐 그 물살을 이기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간다. 그러다가 지쳐서 죽는다. 그러나 소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물과 함께 흐른다. 그러다 육지나 섬에 다다르면 살게 된다. 말은 자신의 힘을 믿고 순리에 역행하다가 죽고, 소는 흐르는 물처럼 순리에 따랐기 때문에 산다는 교훈이다.

난초섬이 마주하고 있는 이곳에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졌던 관음포가 있다. 1598년 11월 18일,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죽기를 각오한 조선의 수군들에게 밀려 퇴로를 찾던 왜놈들이 착각하여 도망친 곳이 바로 난초섬이 바라보이는 관음포 만이다, 일명 가청곡, 갇힌 고개라고도 부르는 이곳에서 왜놈들은 거의 전멸한다, 그리고 이순신장군이 적의 흉탄에 맞아 순국하게 된다, 장군의 순국은 안타깝고 원통하다.

본래 이 전쟁은 조선의 수군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전쟁이었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당연하고 명백한 순리에 따라 이 땅에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 투쟁이었고, 자신의 힘을 믿고 조선을 침략하려고 한 왜놈들의 전쟁은 순리에 어긋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 섬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장군이 순국한지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노인이 바다 속에서 이상하게 생긴 게들이 작은 돌을 물어 날라다 탑을 쌓고 있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게들이 쌓고 있는 탑의 모습이 차츰 옛날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수군의 장수들이 쓰고 있던 투구를 닮은 것 이었다, 이튼 날 노인이 꿈에서 보았던 바닷가로 나가보니, 이게 왠일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섬이 하나 떠있었고 그 섬의 형상이 꿈에서 본 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역시 꿈속에서 본 게들이 유영을 하고 다니고 있었다, 노인이 게를 잡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게의 등짝에 호랑이를 닮은 범 형상의 무늬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것이었다, 노인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어제 밤 꿈 이야기를 하고, 갑자기 나타난 섬과 범 무늬 게의 이야기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게가 필경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에서 이곳에서 죽은 조선 수군의 혼령이라고 생각하고 그 섬 앞에 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게를 잡으면 조선수군의 혼령이라 여겨 모두 다시 살려주었다, 그때부터 호랑이를 닮은 범의 형상을 한 이게는 남해의 수호신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 남해에서는 이 게를 잘 볼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서식처가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금은 전라북도 부안에서 게장을 담그는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보물섬의 게, 호랑이 닮은 범게는 이지구상에서 서식하는 5천 여종의 게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희귀종이다, 조선수군의 혼령으로 지금도 대한의 바다를 지키고 있는 바다의 수호신인 이 게를 게장 담그는데 사용하다니...

난초섬에서 고개를 돌리면 거대한 굴뚝들이 나타난다, 년 간 4천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무서운 중금속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쏟아내는 화동화력발전소다, 년 간 1천 2백만톤의 석탄을 태우고, 2천7백6십 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무섭고 무식한 발전소다.

난초섬은 지금 광양만에서 쏟아지고 있는 인간욕망의 흔적, 저 무시무시한 쓰레기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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