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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10
웃어라 꽃섬 10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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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과 노인성

 

금산에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와 전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는 ’부소대와 서불과차‘ 라고 나는 생각한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오직 노쇠와 죽음뿐이다. 진시황은 방사 서복을 불러 동남동녀 삼천을 주면서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한다.

불로초를 찾아 떠나는 서복를 따라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진시왕의 첫째 아들 부소다, 총명하고 영리한 부소는 간신들에게 불안한 존재였다, 진시황이 죽고 나면 대를 이어 왕이 될 부소의 총명함이 두려워서 자신들이 마음대로 데리고 놀 수 있는 둘째 왕자를 왕으로 세우기로 하고 부소를 모함하여 죽이려고 한다, 이것을 눈치챈 부소가 서복을 따라간 것이다, 서복은 이곳 남해의 금산 아래 자락에다 “서복기래일출”이라는 비밀의 문자를 바위에 새겨 놓고 떠났다,

그런데 이 ’서불과차도‘를 일종의 성좌도 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왕자 부소가 간신들의 음모를 피해서 자신의 뒤를 따라온다는 소식을 들은 서복이 자신이 머물고 있던 금산 자락의 양아금을 떠나면서 부소를 위하여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불과차도‘라는 것이다. 뒤를 따라온 부소가 서복의 뜻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노인성을 보면서 살다가 우화등선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도가(道家)에서는 별을 보는 풍습이 수 천 년 동안 전해져 온다. 민간에서는 ‘노인성을 3번 보면 백수를 누린다’는 말이 전해져 올 정도이다. 노인성은 보는 시기가 정해져 있었다. 춘분 저녁과 추분 새벽에 남쪽에서 그 출현을 기다려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 무렵인 12월 하순과 1월 사이에 주로 이 별을 보러 다녔다. 춘분과 추분은 농사일로 바쁘고, 일이 한가할 무렵인 12월 말에 노인성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었다. 요즘은 새해 첫날에 동해로 일출을 보러 가는 것이 요즘 풍습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동지 무렵에 남쪽으로 내려가서 노인성을 보는 풍습이 있었다.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위치도 한정되어 있다. 중부지역에서는 불가능하고 남부 해안지역이나 고산지대에서만 가능하다. 제일 잘 보이는 곳은 제주도 한라산의 존자암(尊者庵)이다. 한라산에 영실(靈室)이 있고, 그 영실 밑에 존자암이 있다. 존자암은 국내에서 노인성을 보기에는 가장 좋은 위치이다.

다음에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菩提庵)이다. 해발 700m의 금산(錦山) 정상에 자리 잡은 보리암에는 ‘간성각(看星閣)’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다. 간성각은 노인성을 의식하고 세운 건물이다. 경남 하동과 남해 일대의 사람들은 노인성을 보러 다니기 위한 별도의 계를 조직할 정도로 노인성을 신봉하였다.

남해 금산이 조선시대에 조선의 9대 명산에 포함되었다. 조선의 9대 명산은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덕유산. 청량산. 가야산. 지리산. 한라산. 그리고 금산이다. 남해의 작은 섬에 위치한 금산이 조선의 9대 명산에 포함된 것은 이곳에서 노인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해 금산은 조선 영조 때 남해로 유배된 태소 김용이 노인성을 관측하고 지은 시가 전한다

노인성(老人星)

둥글기는 반달같고 붉기는 해와같고, 봄저녁 가을아침 두 번씩 찾아 오네

남해사람 장수하는 까닭을 알고보니, 해마다 높은데서 노인성을 봄이로세

태소 김용이 지평선에 뜨는 둥글고 붉게 보이는 반달 같은 노인성을 보며 시를 읊은 남해 금산의 간성각은 지금 보리암의 종무소로 사용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수십억을 투자해서 옛날 노인성을 관측했던 지역에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과 제주 별빛 누리 공원을 조성하고 평생 한번 보기만 해도 무병장수한다는 노인성을 테마로 별자리 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름도 없이 돌아 앉아있는 할머니를 닮은 저 바위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커다란 바위 중간에 움푹 파여 있는 저곳에서 외롭게 피어난 저 꽃은 이름이 뭘까?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고,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금산의 산길에는 100가지가 넘는 사연들이 만들어진다,

할매 선녀탕, 구멍 개나리, 세다리 나무, 부처님 밥상 등등, 38경에는 들지 못하지만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는 금산을 누군가에게 자랑 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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