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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9
웃어라 꽃섬 9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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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의 조화바위

 

금산의 38경은 대부분 바위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그렇게 보면 38경이 아니라 380경도 모자란다. 남해 금산은 화강암으로 형성된 바위 지형이라 산 자체가 바위다.

금산은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걸으면 가파른 곳이 거의 없다. 그냥 평지를 걷는 기분이다.

돼지 바위를 등지고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부산 산장에서 마주 보이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거사가 수도했다는 좌선대에 기를 쓰고 올라가서 한참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좌선대의 가운데가 수억년의 풍화, 침식으로 파여있어서 자리 잡기가 편안하다. 눈을 감고 산정의 기를 가슴에 담으면 만고풍상이 물처럼 흐른다. 그 시절 삼사는 무엇을 위하여 고뇌하였을까? 머리 위에서 까마귀 두 마리가 어지러운 상념을 멈추게 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내려와 발길을 상사바위 쪽으로 돌린다.

상사바위, 금산에 있는 많은 바위 중에서 가장 크고 우람한 바위다, 이 바위에 서면 상주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옛날에 여수 돌산에 사는 한 청년이 남해 땅에 머슴살이를 왔다가 주인댁에게 반해서 상사병이 걸렸단다, 다 죽게 된 청년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상사를 풀어주어서 머슴이 살게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구정봉이라는 포트홀이 있다, 바위에 아홉 개가 구덩이가 파여져 있는데 큰 것은 어른 몇 명이 들어가도 될 만큼 큰 것도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명물은 바로 조화바위다, 조그마한 바위 하나가 상사바위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놈의 생김새가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여인의 자궁과 똑같이 생겨 먹었다, 갈라진 틈에는 작은 이끼류의 식물까지 자라고 있어서 더 기가 막힌다, 바위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슬슬 만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조화바위에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세종대왕의 넷째 아드님이 임영대군이다. 불행히도 임영대군은 정략결혼으로 아내하고의 금슬은 별로였다고 한다, 마을 둘 곳 없던 임영대군이 어느 날 궁중 우물에서 물을 깃고 있는 무수리인 가야지를 만나게 되어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여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민이 대군을 사랑한 죄로 사약을 받게 되었다, 임영대군은 형님 수양대군에게 달려가서 사랑하는 여인 가야지를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고, 임영을 불쌍하게 여긴 수양대군의 부탁으로 사약을 면한 가야지는 머나먼 남녁 땅 남해로 귀양을 오게 된다, 가야지는 이곳 금산에다 초옥을 짖고 사랑하는 님 임영대군을 그리며 매일 매일 이 상사암에 와서 기도를 드리며, 그리워하다 결국은 죽어 바위가 된다. 그 바위가 바로 조화바위란다, 저렇게 죽어서도, 바위가 되어서도 임 계신 북쪽을 향하여 저렇게 앉아서 오백년을 기다리고 있다.

홍문에 홀로서서 유혈도를 바라보니, 구름에 흐린 상사 부소대에 걸렸구나.

요암을 두드리며 일월봉을 흔들어도, 석탑에 메인 가야지는 송악처럼 푸르구나.

문장대에 글을 새겨 천구암에 띄워놓고, 탑대에 무릎 꿇고 사선대에 소원한다.

구정봉 감로수는 맺힌 상사도 푼다는데, 노인성 푸른빛으로 가야지나 녹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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