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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7
웃어라 꽃섬 7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2.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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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공양수

 

호구산 용문사(虎丘山 龍門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13교구 쌍계사의 말사로 우리나라의 3대 지장기도도량의 한곳이다. 663년 신라문무왕3년 원효대사가 남해 금산에 보광사(현 보리암)을 창건하고 이곳 호구산에 첨성각을 건립하면서 불사가 시작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이끈 승군 주둔지였다고 한다.

조선숙종은 용문사를 수국사로 지정해서 남해 앞바다를 지키는 호국도량으로 정해 황실의 축원당으로 삼았다. 대웅전 내부와 대웅전 처마에 조각되어있는 용이 몇 마리나 되는지 세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용문사의 공양수이야기도 재미있다.

스님들이 첫 예불을 올릴 때 사용하는 공양수는 새벽에 일어나 계곡의 맑은 물을 떠서 사용하는데 이 일이 예사로 번거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추운겨울에는 저녁때 마지막 예불을 올리고 나서 내일 첫 예불에 사용할 공양수를 떠서 뚜껑을 덮어두었다가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양수 그릇이 뚜껑을 열어보니 공양수가 없었다. 스님은 어제 밤에 분명히 떠놓았는데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깜빡 잊었거니 하고 다시 공양수를 떠와서 예불을 올렸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공양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도 분명이 떠서 담아두었던 공양수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상한 생각이 든 스님이 그날 밤에는 마지막 예불을 올리고 공야수를 떠서 담아두고는 불상 뒤에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한 밤중이 되자 갑자기 법당이 문이 덜컹 열리면서 키가 아주작은 그리고 머리가 허옇게 센 백발의 노인이 들어왔다. 얼굴도 개구리의 주름을 닮은 흔치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공양수 뚜껑을 열어서 그 물로 눈을 씻어내는 것이다. 불상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님이 불쑥 나서면서 “여보시오 당신 누구요?” 하면서 호통을 치자 그 노인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사실 나는 이 절 아랫마을 용소에 있는 작은 소(연못)에 사는 용 구자(비희, 치문, 포뢰, 폐안, 도철, 송부, 애자, 산예, 초도) 중의 막내 초도라는 용이라오. 나는 본래 가천에 있는 암수미륵바위의 암 바위가 잉태하고 있는 미륵님이 탄생하면 용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미륵님의 옥신을 씻겨드리고 용문으로 보내드리기 위해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사람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물들을 투기하여 물이 더러워져서 내 눈이 잘 안 보이게 되었소.

그래서 걱정을 하는 중에 우리 형제들 중에서 눈이 아주 좋은 둘째형 치문이 이 절 용문사의 공양수가 영험이 있으니 그 물로 눈을 씻어보라고 해서 부득불 이렇게 스님을 놀라게 했소이다. 라는 것이다.

스님은 그간의 사정을 이해하고 다음날 용소마을로 내려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지난 사정을 설명하고 용소를 다사 청소해서 지금은 맑고 깨끗한 소가 되었다. 고 한다, 그때부터 용문사 계곡의 물로 눈을 씻으면 눈이 맑아지고, 그 물을 마시면 마음이 맑아진다고 한다.

이곳 용문사에서는 사찰 주변에 차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그리고 방문하는 중생들을 위해서 아담하고 정갈한 다원을 마련해 두고 있다. 호구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청량한 공양수로 스님들이 정성을 다해 키워낸 녹차 한잔 내려 마시면서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담아가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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