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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5
웃어라 꽃섬 5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2.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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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에 달뜨면.

 

보물섬의 비경 앵강만은 가천 마을을 출발로 홍현, 숙호, 월포, 석교, 용소, 화계, 신전, 원천, 벽련 까지 항아리 모양의 내만을 둘러싸고 이어지며, 만 입구 가운데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 구운몽을 집필한 서포김만중이 기사환국에 연루되어 유배를 왔다가 이곳에서 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돌아가신 섬, 노도가 삿갓처럼 떠있다, 벽련을 돌아 한 구비를 더 내려가면 작은 항아리 드므개 마을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달뜨는 앵강이다.

남해도 남단에 위치한 앵강만은 남북 방향의 길이가 약7,7Km, 만 입구 약 4.8Km로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의 작은 내만으로 수심은 20m미만인 천해(얕은바다)이다.

2012년 전남대 이규형 교수는 이곳의 해황 분포와 계절변동의 특성을 연구한 논문에 의하면 해저지형의 특성으로 해안선에 인접한 곳이 수심 10m까지는 매우 급한 경사를 이루지만 대부분이 만구 수심 20m까지 완만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대조차는 2.8m, 만구의 최강 유속은 0.4Knots이다. 이와 같이 육지에 둘러싸인 내만은 외해의 파도 같은 물리적인 영향으로 부터 보호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양염이 풍부해 수산자원생물의 서식처 및 산란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앵강만 역시 오래전부터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각종 어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천혜의 정치망 어장 역으로서 그 보존적 가치가 매우 큰 해역이다.

특히 만내에 공장 및 인구밀집 지역이 없어서 남해안에서 점차 증가하는 유기오염의 영향은 적지만 인근지역의 토사 준설과 광양 컨테이너 부두 건설이후 대형 선박의 왕래와 빈번한 유류 오염 사고 등을 겪으면서 점차 수산물의 생산량 감소의 징후가 나타나 정치망 어장의 쇠퇴가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지역의 주민들은 대단하다, 모두 힘을 모아 공동체를 형성하여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바다에 해조류를 식재하여 바다 공원을 조성하고 육지부에는 마을 마다 정화조시설을 완비해서 바다오염에 대비하고 있으며 앵강만의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여 방문객에게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거리 등을 제공하며 건강하고 다양한 관광산업에도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이 없는 날, 앵강에 보름달이 뜨면 달빛을 다 먹지 못한 앵강이 수면으로 나머지 달빛을 내다 버린다, 물위에 버려진 달빛은 수줍은 듯 옥색치마를 활짝 펼쳐 얼굴을 가린다. 파도위에서 찰랑이던 달빛이 월포로 가는 나를 따라온다. 잠시 멈출라치면 빨리 가자며 촐랑거린다.

양팔을 벌리고 등고선 상에 발뒤축을 딛고 섰다, 정수리는 하늘을 향하고, 오른팔은 바다, 왼팔은 설흘산으로, 그런 자세로 아이들처럼 깡총거리며 월포의 달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다시 가려는 데 또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논둑길 사이에서 냉이가 꽃을 피웠다, 이놈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너 왜 웃어” 하고 물었다. 냉이는 아무 말 없이 깔깔 웃기만 한다, “너 이놈 어른을 놀리면 못써” 냉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꽃잎을 톡 건드렸다, “아저씨 아파요, 그러지 마요” 나는 다시 손가락으로 꽃잎은 만지며 놀렸다 ,“너 까불면 따먹어 버린다” 냉이가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세요, 그런데요 나를 잊지는 마세요” 나는 냉이를 똑 따먹었다, 알싸한 냉이 맛에 시절이 듬뿍 담겨있다, 앵강만에는 철마다 냉이같은 철부지들이 깐죽대며 계절을 재촉한다. 달맞이도, 갯메꽃도 애기똥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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