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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손실과 피해, 그리고 책임 - 2
국경 없는 손실과 피해, 그리고 책임 - 2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2.12.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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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이번에도 예정된 날짜를 넘기고 말았다.많은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를 납득시키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결과였다.

우리나라의 수석 대표였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게라시모스 토마스 EU 조세총국장과 양국의 탄소가격 제도에 관한 논의를 나눴다.

11월 24일 기준, EU의 탄소 가격은 톤당 78.27유로. 한국(KAU22)의 경우 톤당 1만 5,850원으로, 유럽의 약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곧,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우리의 대(對) EU 수출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저렴한 탄소 가격에 제품을 생산했던 우리 기업은 EU에 그 가격 차이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 자리에서 CBAM의 도입 단계별 상세한 정보공유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두고 볼일이다.

이번 총회의 키워드는 바로 '손실과 피해(Loss & Damage)'. 그리고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었다.

그렇다면, '법적 책임'은 아닐지라도, '얼마나 지원해야 하느냐'를 가리기 위한 근거로서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 역사를 거슬러 각 나라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첫 번째로 하게 될 일일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47,3MtC이다

우리나라의 누적 배출량은 5,165.92MtC로 세계 17위이다.

한국은 교토 체제에서는 아무런 감축 의무가 없는 개도국의 입장이었다. 선진국들 입장에선 '왜 한국이 아직도 아무 의무가 없는 개도국으로 분류되는가'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누가 시켜서,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겨 별수 없이 유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나서서 독일 본, 스위스 제네바, 폴란드 바르샤바,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 끝에 유치한 것이다. 그런 GCF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약속한 공여금 2억달러 가운데 약 3450만달러만 냈을 뿐이다. 납부율은 불과 17.3%로 이탈리아와 꼴찌를 다투는 상황이다. 이미 12개국은 약속한 돈을 모두 납부했고, 5개 나라는 약속한 금액의 80% 넘는 돈을 냈습니다. 전체 평균 납부율은 70.1%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설계한 존 번 미국 델라웨어 대학 바이든 스쿨 석좌교수는 한국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은 GCF 사무국을 유치했습니다. 널리 존경받는 과학자인 IPCC의 수장, 이회성 의장 역시 한국인이죠. 국제사회가 한국에 대해서 이러한 국제적·다국적 리더십 못지않게 기후변화 정책과 전략에 있어서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앞으로 한국은 중요한 대안과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더 많이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한국은 이미 선례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좋은 선례죠. 바로, 한국이 녹색성장에 나섰던 때 말입니다. 당시 많은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의 정책을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선 한국 사례에 대한 상당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행동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대륙에 걸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이 이들 지역에 선례로써 갖는 리더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리스 니코이 유엔 WFP(세계식량계획)본부장도 한국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84년까지 WFP의 지원을 받았던 나라입니다. WFP의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거듭난 모범사례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느덧 WFP에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규모의 공여를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만,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쌀이나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WFP의 원조를 졸업해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거듭나게 된 한국의 경험을 다른 나라들에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부족 등 각종 손실과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게 말이죠.”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이젠 선언의 시간을 지나 행동의 시간이 시작됐다. 그리고 곧, 국제사회 차원의 검증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진실의 방'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노력한 결과가 뚜렷하기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을 마쳤기를, 이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진정한 기후 리더십' 국가로 인정받기를 기대해 본다

이글은 JTBC 박상욱기자의 기후1,5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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