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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증구포(九蒸九曝)
2019. 04. 05 by 감충효

독특한 무언가를 경험하려면 돈을 좀 투자하던가 아니면 발품을 파는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원래 구증구포를 공부하기 위해 입산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지스님께서 가르쳐 주셔서 해 본 겁니다. 결국 무소유를 위해 입산했다가 구증구포(九蒸九曝)를 익히고 나왔으니 무소유의 실패인 九蒸九曝의 소유입니다. 절간의 진솔한 차를 맛 보고 그 맛을 내소유로 만들기 위한 것도 따지고 보면 무소유의 실패입니다. 그러나 하산한 뒤에는 경제성을 따지는 평상으로 다시 돌아 올 수 밖에 없어 구증구포(九蒸九曝)를 탐하기 위한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노동력의 댓가를 맛보면서 이 九蒸九曝에 대한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찻잔에 담긴 것은 생강나무 꽃차, 찻잔 사이 하얀 종이 위의 첫번 것은 생강나무 작설차의 삼증삼포, 중간 것은 삼증삼포한 꽃차, 세번째는 작설차의 구증구포
마주 앉아 시음할 생강나무 꽃차, 찻잔 사이 하얀 종이 위의 첫번 것은 생강나무 작설차의 삼증삼포, 중간 것은 삼증삼포한 꽃차, 세번째는 작설차의 구증구포(스님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마츄어 치고는...ㅋ)
생강나무 꽃차를 만들기 위해 꽃을 씻어 말림
생강나무 꽃차를 만들기 위해 꽃을 씻어 말림

 

구증구포(九蒸九曝)의 과정 중 삼증삼포(三蒸三曝)마친 생강나무 작설차
구증구포(九蒸九曝)의 과정 중 삼증삼포(三蒸三曝)들어가기전의 생강나무 작설차, 여기에서 정종을 스프레이 한다고 합니다. ㅎ

우선 九蒸九曝는 한방에서 귀하고 값비싼 한약재를 제조할 때 쓰는 법이라고 합니다. 9번 찌고 9번 말린다는 그 횟수에서 벌써 정성이 들어가다 보니 귀가 솔깃하는 것이고 요새는 홍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업체에서 홍삼을 九蒸九曝하기 위한 기구도 나와 있는 걸 보면 九蒸九曝가 좋기는 한 모양입니다.

 

녹차 제조도 몇 번을 찌고 몇 번을 말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필자는 생강나무 작설차와 생강나무 꽃차를 九蒸九曝와 三蒸三曝로 만들어 봤는데 정성이나 목적이 없고서는 할 일이 못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三蒸三曝는 그래도 좀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九蒸九曝의 여정은 그렇게 가볍지가 않지요. 뜨거운 열을 받으면서 쪄내고 또 말리기를 9번, 그리고 말릴 때마다 오묘한 맛을 더 첨가하기 위해 정종을 스프레이 합니다. 대충 九蒸九曝를 끝내려면 적어도 찌고 말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이 소모됩니다.

 

이 땀 흘린 보상은 바로 오늘 같은 비 오는 날 九蒸九曝의 생강나무 작설차나 생강나무 꽃차를 마시면서 보상받습니다. 그 어떤 차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차, 향기는 물론 그 오묘한 독특한 미각 때문에 다른 차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신토불이, 내 주변에서 내가 찾아 마시고 먹는 것이 최상입니다.

 

요즘은 생강꽃은 이미 졌습니다. 그래서 생강나무 꽃차는 힘들고 생강나무 새싹의 작설차는 마음만 먹으면 좀 늦었지만 양질의 새싹 작설은 못 구하더라도 중급 정도의 차는 만들수 있습니다.

九蒸九曝는 어렵더라도 三蒸三曝, 그래도 어려우면 一蒸一曝 정도는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九蒸九曝를 내 손으로 만들어 마시는 것은 기다림의 미학, 선(禪)의 경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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