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독특한 무언가를 경험하려면 돈을 좀 투자하던가 아니면 발품을 파는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원래 구증구포를 공부하기 위해 입산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지스님께서 가르쳐 주셔서 해 본 겁니다. 결국 무소유를 위해 입산했다가 구증구포(九蒸九曝)를 익히고 나왔으니 무소유의 실패인 九蒸九曝의 소유입니다. 절간의 진솔한 차를 맛 보고 그 맛을 내소유로 만들기 위한 것도 따지고 보면 무소유의 실패입니다. 그러나 하산한 뒤에는 경제성을 따지는 평상으로 다시 돌아 올 수 밖에 없어 구증구포(九蒸九曝)를 탐하기 위한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노동력의 댓가를 맛보면서 이 九蒸九曝에 대한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우선 九蒸九曝는 한방에서 귀하고 값비싼 한약재를 제조할 때 쓰는 법이라고 합니다. 9번 찌고 9번 말린다는 그 횟수에서 벌써 정성이 들어가다 보니 귀가 솔깃하는 것이고 요새는 홍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업체에서 홍삼을 九蒸九曝하기 위한 기구도 나와 있는 걸 보면 九蒸九曝가 좋기는 한 모양입니다.
녹차 제조도 몇 번을 찌고 몇 번을 말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필자는 생강나무 작설차와 생강나무 꽃차를 九蒸九曝와 三蒸三曝로 만들어 봤는데 정성이나 목적이 없고서는 할 일이 못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三蒸三曝는 그래도 좀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九蒸九曝의 여정은 그렇게 가볍지가 않지요. 뜨거운 열을 받으면서 쪄내고 또 말리기를 9번, 그리고 말릴 때마다 오묘한 맛을 더 첨가하기 위해 정종을 스프레이 합니다. 대충 九蒸九曝를 끝내려면 적어도 찌고 말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이 소모됩니다.
이 땀 흘린 보상은 바로 오늘 같은 비 오는 날 九蒸九曝의 생강나무 작설차나 생강나무 꽃차를 마시면서 보상받습니다. 그 어떤 차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차, 향기는 물론 그 오묘한 독특한 미각 때문에 다른 차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신토불이, 내 주변에서 내가 찾아 마시고 먹는 것이 최상입니다.
요즘은 생강꽃은 이미 졌습니다. 그래서 생강나무 꽃차는 힘들고 생강나무 새싹의 작설차는 마음만 먹으면 좀 늦었지만 양질의 새싹 작설은 못 구하더라도 중급 정도의 차는 만들수 있습니다.
九蒸九曝는 어렵더라도 三蒸三曝, 그래도 어려우면 一蒸一曝 정도는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九蒸九曝를 내 손으로 만들어 마시는 것은 기다림의 미학, 선(禪)의 경지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