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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거나 잘 챙겨라"
2023. 04. 23 by 남해인터넷뉴스

 

“우리 군에는 대학교도 있는데”
비슷한 동네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고유의 역사성을, 어떤 지역에서는 출신 인물을, 또 어떤 지역에서는 경제적 우월성을 내세우며 자기 동네 ‘자랑치기’를 한다. 유치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자리에서 곧잘 등장하는 소재다. 그때 내가 하는 말이다 ”우리 동네는 대학교가 있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자랑치기’가 정리된다. 우리 동네가 이긴다. 군 단위 지역에 대학교가 있다는 것은 경제적, 문화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랑거리가 되고 긍지가 되고 자부심이 되는 것이다.

우리 남해군이 그렇다. 우리 남해에는 대학교가 있다. 그런데 지금 그 대학을 없애려고 한다. 경남의 ‘학력인구감소’와 교육부의 ‘대학정책변화’로 인하여 경남에 소재한 전문대학 두 곳을(거창대학, 남해대학)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경남의 고3 학력인구는 2021년 29,844명에서 24년에는 26,788명으로 3년 간3,056명이 감소해 지역대학의 신입생 충원이 어렵다는 것과 대학의 재정 지원 사업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경남 전략산업의 인력양성과, RISE 및 글로컬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먼저 1단계로 학과를 통폐합하여 1대학 2캠퍼스로 3년 정도 운영하다가 2단계로 완전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제반의 조건들을 놓고 보면 남해대학이 없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렇게 남해대학이 사라지면 남해군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헌법 가치인 지역 균형발전의 기회가 박탈된다. 그리고 남해군의 교육적·문화적·경제적 충격이 심화되고, 남해군의 인구 노령화 현상이 가속되며 지역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소외계층의 교육과 군민들의 평생 교육의 기회도 상실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남해 정주에 대한 회의감 커질 것이다. 한마디로 남해는 ‘엿 된다’는 말이다. 남해읍의 지역 경제는 절단이 날 것이고, 군민들의 사회 문화적 긍지와 자부심은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다. 1994년 교육부의 ‘남해전문대 설립 계획 승인’에서부터 부침을 겪으면서 30년 동안 총 9,545명을 배출해낸 명실상부한 남해군의 상아탑이다. 그런 보물섬의 보물이 사라지려고 하는 판이다.

정치는 책임이다. 정치는 하겠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군민들에게 약속하고 지켜가는 과정이다. 남해에서 남해대학이 없어지는 것은 남해군의 손실이다. 이것을 막아내고 지키는 것은, 정치하는 자들의 책임이고 의무다. 이것저것 들여다가 말장난이나 하면서 ‘티핑포인트’ 넘기지 말고 삭발을 하던지, 단식투쟁을 하던지 결기를 보여서 보물섬의 미래 가치인 남해대학을 지켜주시기를 기대한다.

남해 출신 국회의원이 4명이나 되고. 도 의원, 군 의원, 그리고 700여 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군수가 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를 때까지 방치한 학교 측의 책임도 물어야겠지만, 우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내는 지가 관건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누가 국회의원 할 때,’ ‘누가 군수 할 때’를 따지게 된다. ‘있는 것도 못 챙기면서’ 라는 소리를 하게 된다. 낙인이 무서운 것은, 한번 찍히면 잘 잊혀지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있는 것’부터 잘 챙기시기 바란다.

대한민국헌법 제 123조 2항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라는 명분도, 내외 40만 군민들의 응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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