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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Story
웃어라 꽃섬 31
2023. 03. 19 by 남해인터넷뉴스

91년 12월 소련이 붕괴된다. 군사력 유지가 어려워진 러시아는 항공모함 민스크와 노보로시스크를 해외 입찰에 붙였다. 세계에서 33개 업체가 달려들어 한국의 ‘영유통’에서 낙찰 받았다. 민스크는 460만불(한화 37억원) 노보로시스크는 430만불(34억원)이었다. 요즘 거론되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비용 2조5000억 원에 비하면 깜짝 놀랄 헐값이다. 일본의 견제로 군사용 지휘, 방송, 표적탐지 등의 주요 장비는 해체되고, 95년 10월 태평양 함대의 항구 소베츠카야가반을 떠나 예인선에 끌려 5일 만에 한국의 포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항모 입항 반대의 거센 시위가 있었다. 항모를 해체할 때 기름 유출과 방사선 오염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두 배는 핵 항모가 아니라 디젤추진이었다. 노보로시스크는 포스코에서 해체되었다. 그 과정에서 활주로용 특수강이 발견되었고, 역설계를 통한 학습 결과 구축함 독도함의 건조 과정에 활용되었다.

민스크는 어디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진해 해군기지로 들어갔다가 98년 외환위기 무렵에 중국으로 팔려갔다. 민스크는 ‘明思克(민스크)항모세계’라는 간판을 달고 광둥성 선전의 해상 테마파크에 머물다가 지난해에 장쑤성 난퉁 해상공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항공모함은 강력한 대양 해군의 상징이다. 당시 해군에서 민스크를 재구성하고 개조하여 우리 해군의 주력 항모로 개조하였다면, 세계 최고의 조선과 IT기술로 민스크를 부활시켰다면 지금 우리의 해군력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그 일을 두고 예비역 윤종구 제독(러시아주제무관출신)은 ‘우리 국방의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이라고 했다. 22년 전 탱크보다 싸게 산 최강 러시아 군함을 우리의 안보 상상력 결핍으로 한국형 항공모함으로 부활시킬 생각을 못했다. 중국은 그때 구입한 항모 바랴크를 중국 해군력의 위용인 항공모함 랴오닝으로 재 탄생시켰다. 냉전 당시 미 해군 7함대와 맞선 구소련의 두 함정이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앙일보의 박보균 컬럼에서 ‘항모 민스크를 발로 차다’라는 제목으로 위의 내용들을 상기하면서 ‘민스크의 비운은 한국의 국방역량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것은 살아있는 교훈이다’ 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1995년 10월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전화가 한 통화 왔다. ‘조 국장 빨리 좀 오게 운동장 만 한 배가 들어오네’ 소련의 항공모함 민스크호가 고철로 한국에 팔려온 것이다. 그 배가 우리 남해의 서상으로 예인선에 끌려오고 있었다. 영 유통은 남해군에 공유수면 점 사용허가를 득하고 이곳에서 배를 해체하기로 한 상태였다. 당시 남해환경운동연합의 사무국장이던 나는 즉시 동지들을 규합하여 지역민과 함께 그 민스크의 입항을 막기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배를 묶기 위해서 설치해 둔 쇠기둥 4개를 절단하면서 돌팔매질로 소련의 항공모함 민스크를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승리를 자축하며 지역민들과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 후 서상은 지역민들의 요구에 따라 스포츠 파크로 조성되었다, 당시 민선 초대 군수였던 김두관 군수는 스포츠 파크의 축구장에 식재 할 천연 잔디를 구하기 위해서 독일을 드나들던 중에 60년대 독일로 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요청과 제안에 공감하게 되면서 남해 삼동면 물건리에 독일마을이 조성되기에 이른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많은 자치단체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독일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광지 가운데서 가장 성공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고, 독일마을은 우리 지역 최고의 관광명소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나 또한 지금까지 항공모함 민스크를 돌팔매로 물리친 환경의 전사로 환경연합의 후배들로 부터 적잖은 존경을 받고 있다. 또한 독일마을 조성의 근원적 방아쇠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칼럼을 읽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제안한 것처럼 항공모함 민스크를 서상에 정박하고 그곳에다 해상 유원지나 카지노를 설치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해군력의 증강을 위해 우리나라에도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해서 그 배를 중국처럼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재 복원하여 우리도 항모를 보유한 대양의 강국으로 설 수 있었다면... 만약 지금 30년 전의 상황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현재 전 세계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9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이 10척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국가들은 중국1척, 인도 2척 등 대부분이 1, 2척 보유하고 있다.

올해도 독일마을에서는 맥주 축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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