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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Story
웃어라 꽃섬 19.
2023. 03. 12 by 남해인터넷뉴스

 

이동면 광두에서 고모, 난양까지 이어지는 갯벌은 강진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지역민들에게 꽤 많은 소득을 안겨주는 곳이다. 삼강망에서 잡히는 생선들도 생선들이지만 바지락, 낙지 등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서식하는 소중한 갯벌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다천 천으로부터 유입되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에 주목해야 할 저서생물이 있다. 멸종위기 종 2급 대추 귀 고둥이다. 연체동물문, 복족강, 진유폐목, 대추 귀 고둥과.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연안 기수역에 서식하는 이 생물은 모양이 대추처럼 생겼고 입구가 사람의 귀를 닮았으며 육상의 달팽이를 닮았다. 폐호흡을 하는 이 친구는 해양의 고둥류가 육지부로 이동하는 과정의 중간에 위치하는 귀중한 생태계지표종이다.

바다에 살 때는 아가미호흡을 하다가 육지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폐호흡으로 진화해 왔을 것이다. 이것을 잘 연구해서 그 기작들을 밝혀낸다면 인류가 물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는 귀중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친구가 멸종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연안 기수역의 좁은 잔디밭에 살고 있는 이 친구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올 여름까지는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개채수가 확연히 줄어있었다

갯마을 모텔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가면 상당히 넓은 혼합갯벌이 펼쳐진다. 갯벌 위에 작은 돌멩이들이 흩어져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움직인다. 게다. 칠게다. 그야말로 게판이다.

자산어보에서는 ‘칠게’를 ‘화랑해(花郞蟹)’라 했다는데, 기어 다닐 때 집게발을 치켜드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아 ‘춤추는 남자’라는 뜻으로 ‘화랑’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칠게(Japanese ghost crab)의 ‘칠’은 ‘차고 넘침’이란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많은 게 란 뜻이다.

이것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다양한 철새들이 모인다. 특히 알락꼬리마도요는 이놈이 주식이다. 이놈을 잡으면 다리를 다 떼어내고 먹는 특징이 있다. 알락꼬리 마도요는 1만2천Km를 10일 동안 날아와서 이 게를 잡아먹고 체력을 불린다. 시베리아 동북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월동한다. 국제적으로 희귀한 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남해의 강진만 에서도 봄철에는 3월 초순에 도래해 5월 중순까지 관찰되며, 가을철에는 8월 초순에 도래해 10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드물게 월동을 하기도 한다. 갈매기와 먹이를 두고 다투는 장면은 치열하다.

섬세한 부리의 감각으로 먹이를 찾는 알락꼬리마요는 칠게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칠게는 갯벌에 집을 지을 때 사선으로 굴을 판다. 알락꼬리마도요가 머리를 좌우로 기울여 긴부리를 갯벌에 집어넣으면 틀림없이 그곳에 칠게가 있다.

햇살이 따가운 칠월의 한낮이 되면 ‘칠게’들이 나와서 집게 다리를 쩍 벌리고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등딱지에 붙은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갯벌에는 가까이 가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있다. 게들의 세레나데이다. 주로 칠게나 흰발농게들이 짝짓기 철이 되면 게구멍에서 잘 보이는 집게 다리만 내어 놓고 구애 행동을 한다. 숫게들이 앙증맞은 집게다리를 끄덕이며 암컷 게들을 유혹한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이 다가가면 굴속으로 재빨리 숨어버린다. 그러나 잠시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으면 이내 기어 나와서 집게 다리를 흔들어대며 사랑의 게 다리춤을 춘다. 목숨을 걸고 추는 사랑의 춤이다.

남해의 해안선에는 갯잔디며, 갈대군락이 좁게 분포되어 있지만 마을 어촌계에서 바다 정비사업를 한다면서 한번 씩 굴착기 등의 장비를 넣어 쓸어버리는 통에 살아남지를 못한다. 갈대와 갯잔디는 육지부의 토양이 바다로 쓸려가지 못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생물에게 산소를 공급한다, 구근은 새들의 먹이가 된다

바닥을 정비해야 조개나 꼬막이 더 잘 자라고 수확이 늘어나다 보니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겨울철에 날아오는 오리들이 조개 밭을 망친다고 아우성을 하는 판에 바닷가 경관풍경을 위해서 갯잔디와 갈대를 지키자는 말을 꺼내거나 새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다가는 몰매를 맞을 판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까운 순천만에서 만들어지는 평화를 보았다. 사람과 새들의 타협을 보았다. 물론 그 쪽 지역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수없이 많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평화였다. 평화는 순천을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생태수도로 만들어놓았다.

우리는 남해를 ‘보물섬 남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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