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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많은 데 나무가 없다.
2022. 04. 07 by 남해인터넷뉴스

 

심각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도 해야겠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 포집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나무, 숲으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만큼,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나무와 산, 이 산림으로 인한 온실가스 흡수에 기대와 잠재력이 클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대해 살펴보자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생장과 함께 늘어나고 줄어든다. 1~10살까지를 '1영급', 11~20살은 '2영급', 21~30살은 '3영급', 31~40살은 '4영급'… 나무의 나이를 이렇게 10살 단위로 끊어서 '영급'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3영급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4영급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떨어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산림 대부분은 이미 탄소 흡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4영급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체 산림 가운데 69%가 4영급 이상이다. 전국 산림 가운데 4영급 이상의 면적은 79.8%. 말 그대로 '노령화 현상'은 심각한 상태이다.
특히 6영급 이상의 나이든 산림은 현재 약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나무의 비중은 10년 만에 30%로 늘어난다. 2035년이면 그 비중이 절반을 넘고, 2040년이 지나면 70%가 6영급 이상인 상황에 직면한다. 당연히 산림의 탄소흡수량 급감하게 된다. 2018년 기준, 4600만 톤에 달하는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2030년엔 2400만 톤, 2050년엔 1400만 톤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과거 1970~1980년대, 민둥산을 녹색으로 바꾸기 위해 전국 각지에선 나무를 심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빨리 자라나는 나무를 최대한 촘촘히 심었다. 무엇이 해당 지역에 가장 적확한 나무인지, 또 각각의 나무가 올바른 생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밀도로 심어야 하는지, 그 나무의 생태 혹은 임업 측면에서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등등. 장기적인 관점은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심어졌던 나무들은 관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대대손손 내려온 '선산'처럼, 개인의 재산 서류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개인의 인식이나 눈, 기억에선 사라진 채 방치된 것이다.


숲을 잘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임도(林道)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숲은 사람이 지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도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임도밀도다. 1ha의 땅에 몇 미터의 임도가 있는지를 나타낸 것인데,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13배가 넘는다. 독일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자면, 우리가 숲에 들어섰을 때 독일에선 평균 110m 이내에서 임도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평균 1.4km를 가야 임도를 마주할 수 있다. 오늘날, 산림 관리의 중요성을 알아도 관리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이유이다.


무분별하게 촘촘한 나무들이 관리조차 안 됐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또 있다. 바로 바이오매스, 이른바 '자연산 땔감'이다. 나무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떨어지는 잎과 가지의 양도 많아지는데, 관리 없이 쌓여가는 바이오매스는 결국 작은 산불도 큰 산불로 만드는 불쏘시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얼마 전 강원도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 그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나무가 많으니 목재 걱정은 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9년 기준, 국내 총 원목 이용량은 724만㎥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중 국산 원목의 비중은 60%도 채 되지 않는다. 또, 업종별로는 일반제재로 쓰이는 목재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용도별로 따져보면, 건축 내·외장재로 쓰이는 목재는 대부분 수입 산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원목 자급률은 61%,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가한 것이 현실이다.

나무는 많은데 쓸 나무가 없다는 것이다
30~40년 전, 그저 빨리 자라는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라 목재로서의 가치도 인정받는 나무를 심었다면, 지금의 울창한 숲은 그저 겉만 울창한 것이 아니라 속도 울창한 숲이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숲을 잘 가꾸어야 할 이유 또 있다, 바로, 기후위기의 극복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 사유림 소유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산을 개발하거나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도, 그저 숲을 잘 가꾸기만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나무를 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잘 심고, 잘 가꾸고, 잘 베고, 잘 쓰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올해도 식목일에 즈음하여 남해군에서 내 나무 갖기 행사를 실시한다, 보물섬 남해가 탄소중립의 섬, 에너지 자립 섬으로 가기 위하여 남해군민 모두가 탄소사냥꾼이 되자. 4월에는 우선 나무 한그루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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