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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살아있는 바다와 푸른 하늘을 위하여!
2020. 05. 29 by 남해인터넷뉴스

 

그레타 툰베리는 열여섯 살 스웨덴 소녀다.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촉구하는 1인 시위(기후를 위한 학교파업)를 해 일약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해서는 생태계가 무너지는데 각국 정치지도자들은 돈타령, 경제성장타령만 한다며 세계지도자들을 준엄하게 꾸짖기까지 하였다. 어찌된 일일까, 당돌한 말썽을 일으킨 이 소녀에 왜 모두들 전전긍긍이거나 노벨평화상후보에까지 올리며 칭찬을 하는 것일까. 두말할 여지없이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이념전쟁시대가 막 내리고 화석문명이 지배하면서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이다. 지구온도가 기하급수속도로 올라 이대로 가면 길어야 백년, 짧으면 30년 내에 식량, 물, 쓰나미 문제로 인류멸망을 피할 수 없다. 총알이나 포탄은 과녁을 두고 쏘지만 기후문제 만큼은 국경도 신분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하게 덮치는 것인지라, 비록 나이어린 소녀의 얘기라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전히 설마~ 싶은가? 그렇다면 지난 30년만 되돌아보자. 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30년은 그보다 2배 3배속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해보자. 툰베리 또래의 우리 딸, 손녀가 과연 제 수명을 다 누리고 갈 수 있는 세상이 될까?

2022 UN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너무 어둡고 불길한 얘기를 서두에 꺼내서 미안한 마음으로 잠시 8년 전 일을 떠올려본다. 남해안의 남중권에서 개최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린 그때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92일 동안 우리는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바다의 낭만과 희망을 노래하며 미래문명을 ‘여수선언’에 담아 선포하였다. 그 내용의 핵심은 기후변화대응의 해법 찾기였다. 102개 국가전시관도, 820만의 관람객도, 수백 개의 화려한 공연과 이벤트도 바다에서 기후변화해법을 찾아 인류에 제시하겠다는 박람회 주제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연출일 뿐이었다. 역대 엑스포 사상 가장 깊고 철학적인 주제를 ‘선언(프로토콜)’으로 남겨 유엔과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위대한 유산을 충분히 계승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는 점이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사후활용성공을 위해 박람회 폐막 후 바로 이어서 12월에 아시아권에서 열릴 COP를 여수박람회장에 유치하자는 대안을 시민들이 만들어 제시했음에도 무산된 점이다. 녹색성장을 국정기조로 삼았던 이명박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유치하는가싶더니 막판에 카타르에 양보하고 말았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사후활용 대신 사후 청산 절차를 밟았고 이를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다시피 지켜내다가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간신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여수박람회유치 당시 참여정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대통령이 박람회의 가치와 주제정신을 다시 되살려 그에 맞는 사후활용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왜 남해안 남중권(여수) COP인가?

문재인대통령의 약속에 힘입은 남해안의 남중권은 COP유치 재도전의 장정에 나섰다.

왜 COP인가? 세계의 정부라고 하는 유엔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이슈를 기후변화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전 세계 환경정상들과 기업, 언론, 시민사회가 2주 동안 한곳에 모여 기후문제해법을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유엔환경회의에 소속된 나라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COP(Conference of Parties), 당사국총회라고 한다. 매년 대륙별로 순회해 개최하는데 197개국 2~3만 명이 참여한다. 그간 리우선언, 교토의정서, 파리협약 등 귀에 익은 도시이름들이 이 총회가 개최되었던 곳이다.

2022년 아시아권 차례인 이 총회를 왜 남해안의 여수에서 열려고 하는가. 남해안시대를 열어야한다. 폭발하는 수도권, 소멸하는 비수도권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시대를 여는 것만이 대안이다. 그래서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국정 제1과제는 연방제수준의 지방자치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다. 박람회정신을 계승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인류 명운이 걸린 기후문제를 풀어갈 한 방의 결정체가 바로 여수박람회장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남중권에서 COP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미 그 당위성은 검증되었다. 2017년2월,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약을 하였다.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김경수, 김영록 도지사후보가 화개장터에서 만나 COP 공동유치를 경남 전남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과제로 협약하였다. 이후 수도권의 두 자치단체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리의 명분과 논리가 타당하다며 이를 적극지지 선언하였다.

자,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COP개최도시로서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과제다. 즉 기후문제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태세와 지향성을 검증받아야하는 것이다. 여수는 일찍이 기후보호시범도시를 선포하고 실행해 정부, 국회, 언론 등으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는 등 그 정체성을 인정받아왔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국내 기초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화학산업단지를 안고 있으면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목표를 설정해 시행해야한다.

남해안 남중권 10개 지역이 공동유치, 분산개최를 통해 우리나라 최대 현안인 동서갈등 지역감정해소라는 전략적 명분도 갖고 있다. 이를 높이 산 전국의 유력인사와 전문가그룹들이 지원세력이 되어주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거리를 두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마침내 이를 받아들이고 국가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고 대한민국이 기후문제에 선도적으로 나설 좋은 기제가 될 것이라는 우리들의 주장이 통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유치를 전제로 개최지를 우리 지역으로 가져오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야할 때이다. 그간 주창해온 우리의 명분과 논리, 현실타당성을 정교하게 다듬고 위력을 실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중권 10개 지역의 시민사회결집이다. 그 어느 정권보다 민주적인 문재인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맨 앞에 나서야한다. 남해안 남중권 10개 시.군을 순회하며 캠페인, 서명,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시행해야한다. 다가오는 4.15국회의원총선거에서 10개 지역 후보들이 COP유치를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매니페스토를 전개해야한다. 작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해 유엔이 정한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대기의 날‘ 제1회 기념일이 올해 9월7일이다. 제안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념일이 매우 각별할 것이다. 제1회 행사를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전남도와 경남도 차원에서 정부에 건의하고 유치에 앞장 서 줄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일찍이 살아있는 바다와 연안을 통해 기후문제의 해법을 찾아 인류에 제시하겠다는 지역사회합의를 만들어냈다. 이로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면서 정해진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다 동서의 화합으로 만들어낸 세계박람회가 안겨준 가장 큰 무형의 자산이며 정신이다. 그리고 이어질 남해안 남중권 ’COP여수선언‘이 그 결실이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COP효과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절반은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중으로 예정된 유치가 결정된다면 그것으로 국토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의 상징이 될 것이고 우리는 다시 한 번 감격과 자긍심에 흠뻑 젖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지역공동체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COP28 유치위원회 운영위원장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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