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07:32 (일)
동대만, 습지가 파괴되고 있다
동대만, 습지가 파괴되고 있다
  • 조세윤 기자
  • 승인 2018.08.07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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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마지막 보물, 연안생태계
무분별한 난개발로 습지 점차 사라져

우리나라 농촌이 그렇듯이 우리 남해도 얼마 전까지는 농업과 어업이라는 1차 산업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특산물을 이용한 재화의 생산(2차 산업)으로 주로 먹거리를 만들어 왔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3차 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여기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복합화(1+2+3=6)한 6차 산업의 시기로 1, 3차 산업이 잘 어우러진 남해군의 앞으로의 먹거리는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을 얼마나 잘 설계하고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농․어업 못지않게 3차 산업의 기반인 환경과 자연생태계의 보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자원이 될 만한 곳을 새롭게 발굴해야만 한다. 지난 2012년 환경부로부터 한국적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고 관광 잠재력이 높은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 5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음에도 외지인 뿐 아니라 남해사람들에게 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더더욱 잘 보존되어 온 이 보석 같은 공간. 이렇듯 우리 남해는 연안 생태계 습지의 보고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곳이 많다.

 

우리나라 대표적 습지인 순천만의 경우에도 1970년대 농토 확장 정책에 따라 매립의 위기에 처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보존되었고 이제는 연간 1천만 명이 넘게 방문하고 있는데 순천만의 경제적 가치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순천만이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를 제외한 관광객 여행 비용 추정을 통한 경제적 가치만 연 1,747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전라남도는 습지 보전에 관심을 갖고 10여 년 전 신안과 무안 2곳에 갯벌 도립공원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고 순천, 무안, 신안에 갯벌 생태관을 운영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강화도의 경우 올해 3월에 강화도 남단 지역의 갯벌자원을 갯벌생태 정원으로 조성하여 동북아 갯벌생태 관광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 갯벌은 78,915㎡에 2023년까지 370억 원을 투입하여 갯벌 연구센타, 국립 갯벌 교육센타, 갯벌 생태정원 등을 조성하기로 하였다. 또한 ‘강화갯벌 생태자원 활성화 발전 전략 용역’을 발주하여 올해 정부공모사업인 특수 상황 지역개발 신규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3년간 25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는 갈대밭이나 갯벌과 같은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태자원을 보전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 남해는 과연 어떠한가?’ 라는 물음 앞에서 동대만을 살펴본다.

지난 10일 창선면 동대만. 눈 앞 3만여 평 해안이 2~3m 높이 갈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을 '당연'이 '당혹'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갈대밭 상당 부분이 흉물스럽게 잘려나가기 시작했고, 이 작업(?) 현장을 보고 있자니 군민의 한 사람으로써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울러 행정 책임자인 남해군의 생태자원에 대한 인식의 무지를 이 자리를 빌어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참담한 현장은 모학교 법인 소유로 해당 부지만 101,193㎡(30,610평)에 이르는 염전부지인데 수십 년 전 폐염전이 된 이후 갈대밭으로 자연 조성되어 수십만 평에 이르는 동대만 갯벌과 함께 남해의 대표적인 생태자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학교법인에서는 사업자에게 이 부지를 임대하였고, 임차인은 이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하여 갈대를 잘라내고 있는 중이었다.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러한 결정이 맞는가에 대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연환경은 사유재산이라도 공공의 복리라는 원칙에 의하여 제한이 되고 이러한 제한은 그 개발이 대규모이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당연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 살펴보자.

첫째, 태양광 발전이 화석연료를 퇴출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탈원전으로 방사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고는 하나 이러한 대규모의 개발은 환경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으며, 더더욱 동대만과 같은 천혜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설치되는 신재생에너지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둘째,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전자파, 빛 반사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물론 가축과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습지가 태양광 패널로 바뀜에 따라 발생하는 복사열로 주변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것은 분명하고, 빛 반사로 수목의 성장과 결실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전자파 또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셋째, 대규모로 설치되는 태양광 패널에서 유해물질이 그 하부에 있는 동대만 갯벌로 흘러들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패널 하부에 설치되는 제초 매트나 제초제 등에서도 환경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붉은부리갈매기와 멸종위기종2급 검은머리갈매기. 갯벌과 습지는 이들 새들의 먹이 공급처이며, 안식처이다.

넷째, 동대만은 남해안의 독특한 경관 생태계를 대표하는 곳으로 도요물떼새, 백로류, 오리기러기,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으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개성 있는 습지 식생이 발달한 곳으로 순천만 못지않은 연안습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대만에는 바다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고 햇볕을 받아 꽃을 피워 2007년 연안생태계의 깃대종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인 잘피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고, 풀게, 도둑게, 방게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 등 습식 생물들의 삶터로서 이러한 자연 생태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복원이 어렵고 복원을 하더라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다섯째, 절차상의 문제로 사실 이러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10일에야 알게 되었는데, 주변에 수소문해 본 결과 지난해 지역동창회 체육대회 때 거론이 되었다고 하고, 이후 인근 마을에서 반발이 있어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자연환경보전구역에 대규모 개발행위를 하면서 공식적인 공청회 등과 같은 소통이나 설득작업도 없이 학교 재단과 사업자 그리고 몇 마을에 얼마간의 돈을 지급함으로서 해결될 문제인가라는 점이다. 학교재단에서는 수입금을 장학사업 등에 사용한다는 논리지만 이러한 것이 개발행위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지 않다면 더더욱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주민들이나 군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해는 서해와 동해의 중간지점으로 서해의 갯벌이 거의 끝나는 언저리에 있고 경남 전체 갯벌은 전국연안 습지 중 5%에도 채 미치지 못하나 리아스식 해안과 섬이 어우러진 천혜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인 조건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 보존된 생태환경은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동대만에 간이역과 체육공원 등도 좋지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3만 평의 갈대밭도 이에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러한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남해의 보물 동대만 갈대밭은 미래 세대에 물려줄 자연유산으로서 지역민이 한마음 한 뜻으로 현명한 보전의 길을 선택하여 생태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 남해군 관계자의 관심을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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