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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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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윤 기자
  • 승인 2018.11.14 1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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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발말똥게의 수난

바닷가나 하구 근처의 습지, 돌 틈에 구멍을 파고 산다. 갑각강 십각목 사각게과의 절지동물. 발이 붉고 말똥 냄새가 난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집게다리와 이마는 선명하게 붉은색인데 몸 전체가 붉은 경우도 많다. 걷는 다리에는 흙갈색의 뻣뻣한 강모(센털)들이 듬성듬성 나 있다.

전반적으로 도둑게와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잡식성으로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갈대 잎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암컷은 8~9월경에 포란한 뒤 바다에 산란하며 이때 깨어난 조에아(zoea)유생을 내 보낸다. 유생은 변태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바다에 살다가 육지로 올라온다.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 거문도, 제주도, 남해도, 장항습지, 순천만 등지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1948년 일본인 학자 카미타(Kamita)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무안군 의산, 대천, 화성군 개소리 등에서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식 조건이 까다롭고 개체수가 매우 적다. 종의 형태적 분류에 있어 큰 이견은 없는 종이나 2008년을 기준으로 분류체계가 전면 수정되었다.

기존 아과 준위의 체계를 사각게과(Family Sesarmidae)로 승격시켰으며, 이 과에 총 27개의 속을 두었다. 이 종은 Sesarma속에서 Sesarmops속으로 변경되었다.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 미얀마,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사모아, 마다가스카르 연안에 분포한다.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름부터가 수난이다. 생김새도 수난이다. 우리는 아직 이친구가 지구 생태계에서 어떤 역활을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 이 친구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만약 이 친구에게 특별한 기능이나 약리적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들의 취향으로 짐작컨대 벌써 멸종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친구가 남해군 창선면 동대만의 한 어귀에서 발견되었다. 상당한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발견 된 것이다. 태양광발전소가 해양생태자원의 보고인 동대만(걸문개)에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이친구의 보전과 번식을 위해서 발전소의 건설을 막아내려고 하고, 발전업자들은 지역의 발전과 에너지자립을 위해서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 이친구들의 서식처를 불가피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 허가를 승인한 기관에서는 생태환경조사를 다시 실시하였다. 이 현장에서 환경운동가들은 굳은 날씨에도 밤샘을 하며 이친구가 더 많이 발견되기를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고 있고, 발전업자들은 제발 어디 숨어서 나타나지 않기를 고대하는 진기한 사태가 벌어졌다. 붉은발말똥게는 답답하다. 영문도 모르고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대만의 한 어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친구의 역활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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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충효 2018-11-18 07:28:57
붉은 발 말똥게~
전도가 순탄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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