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4:07 (목)
웃어라 꽃섬 30
웃어라 꽃섬 30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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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방조어부림

동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물건(勿巾)이다. 마을의 지형이 한자의 ‘勿巾’처럼 생겨서 물건이라고 한다. 어느 날 관광을 온 젊은이들이 마을입구에서 밭일을 하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왜 마을이름이 물건이에요?”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답한다. “와는 와라 동네가 크고, 실허고, 오래 산께 물건이게.” 그렇다 이 동네는 마을 자체가 다른 마을과 비교하면 크다. 그리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자다, 튼실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오래 사는 장수촌이다. 그래서 ‘물건’이란다.

아이들이 물건방조어부림의 팽나무나 느티나무의 수피에 청진기를 대고 무슨 소리를 듣고 있다. 나무의 증산작용으로 뿌리가 흡수한 수분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면서 내는 수액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아이들은 나무의 숨소리라고 하면서 신기해한다.

증산작용은 식물 체내에 있는 수분이 잎의 표면을 통해 수증기의 형태로 외부로 방출되는 것을 말한다. 잎의 기공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잎의 표피로도 일어난다. 나무가 광합성을 위하여 기공을 열면 이산화탄소는 들어가지만 대신 수분을 잃게 된다. 이때 증산작용을 통해서 뿌리로부터 물과 무기염을 흡수한다. 식물의 수분흡수는 가는 뿌리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뿌리가 토양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잎에서 왕성하게 증산작용을 하여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물을 끌어올리는 힘이 생겨서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게 되는 방식과 겨울철 잎을 떨어뜨린 낙엽수들이 뿌리의 삼투압에 의해서 수분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물건방조어부림에서 진행하는 ‘생명의 숲’ 체험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생명에 대한 예의를 배우고, 이곳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하여 지역의 활동가들이 진행하는 착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1959년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물건방조어부림의 규모는 길이 약 1.5Km 정도이다,

해안 몽돌 밭을 따라 반월형으로 무성하게 다양한 고목들로 형성 되어있다, 나무의 종류는 팽나무, 느티나무, 푸조나무, 이팝나무 등이 주요 수종이며 그 외 벚나무, 상수리나무, 동백나무, 포구나무 등의 낙엽 활협수와 후박나무 같은 상록수가 자라고 있으며 수령은 약 300년이 된다고 한다. 주요수종인 느티나무는 충성목이다 나무둥치가 균일하게 둥글어서 가로 베어 가운데 축을 박으면 수레의 바퀴가 된다. 그리고 팽나무는 포구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가 염해에 강해서 바닷가의 포구에 많이 식재했기 때문이다. 또 팽나무로는 밥상을 만들어 사용했다. 푸조나무는 심재가 강해서 절구통의 절구 공이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이 이곳에 정착해 방풍림을 조성했다고 하며 숲을 헤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한 그루의 나무도 함부로 베는 일 없이 숲을 지켜오고 있다. 음력10월 15일에는 동제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

우리 남해에는 약 20여 곳에 이처럼 나무숲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경상남도에 있는 모든 방풍림이 절반이상이 이곳에 있다, 전체 육지 면적의 75%이상이 산림으로 되어있어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했던 조상들은 바닷가에 논밭을 만들고 바닷물이 넘치는 해일을 막기 위해서 저렇게 나무을 심어 보호 했던 것이다, 그리고 왜구들이 바다에서 노략질을 할 때 마을을 숨기기 위해서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조상님들이 지혜는 탁월했다 큰바람을 다 막지 못하는 곳에는 침엽수를 심어서 바람의 방향을 바꾸게 하고, 작은 바람은 온통 다 막아내는 활엽수를 심어서 마을과 토양을 보호했다,

수년전 큰 태풍이 와서 남해 전 지역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곳 물건마을은 기와 장 하나도 손실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건은 물건이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방풍림(防風林)이며, 파도에 의한 해일이나 염해ㆍ조수를 막아준다고 하여 방조림, 숲의 그늘이 고기 떼를 불러들인다 하여 어부림(魚付林)이라고도 한다.

이 숲의 가장자리에 흔히들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르는 나무가 있었다. 연리지는 당태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기리는 장한가에 나오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로 수종이 다른 두 나무가 서로 엉켜 하나의 나무로 사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고사하여 사라진 그 나무에 기대어 장한가를 되 뇌이며 사랑을 명세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이 물건의 숲과 함께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장한가(長恨歌)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사람 없는 깊은 밤 서로 나눈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도 다할 때가 있건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은 면면이 이어져 끊일 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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