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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24
웃어라 꽃섬 24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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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의 새.

목에 힌 줄이 새겨진 작은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비틀거리면서 앞쪽으로 걸어간다. 힌 목 물떼새다. 주변에 둥지가 있었나 보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틀거리며 위험을 무릅쓰고 내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둥지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원하는 대로 따라가 주었다. 어느 정도 거리쯤에서 휙 날아가 버린다. 새의 입장에서는 성공이다.

강진만 바닷가에도 철새들이 관찰된다. 도요새, 물떼새와 백로, 왜가리,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때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새들이 많이 온다는 것은 갯벌이 건강해서 새들의 먹거리가 많다는 것이고, 새들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먹거리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보물섬 남해에서 지금까지 230여 종의 새들이 동정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20여 년 전에도 강진만에서 관찰되는 철새 중에서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흰죽지, 중부리도요, 노랑발도요 등 4종류는 전 세계 개체수의 1%가 넘게 관찰되어 람사르 사이트의 등록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남해의 새(군조)는 백로다. 황새목 백로과 중대백로(Great Egret)를 일컫는다. 본래 여름 철새였지만 텃새가 되어 연중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다. 4-5월이 산란기며 한번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몸은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며, 장식깃이 있다. 여름 번식기에는 부리가 검은색을 띠며, 겨울에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하천의 가장자리, 강가, 해안, 등지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다. 최근에는 왜가리와 더불어 월동하는 개체군이 점차 증가하여 텃새 화 되었다. 하천 및 강 등에서 멀지 않은 침엽수와 활엽수의 교목림에 집단으로 번식한다. 남해읍의 봉강산과 입현매립지 주변에 제법 규모가 있는 둥지를 틀고 산다. 알을 품는 기간은 25~26일이다. 부화 후 약 40일 동안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잡아 새끼에게 먹이는데 어린 새끼가 둥지에서 떨어지면 떨어진 새끼는 돌보지 않는 비정함도 보인다.

예로부터 백로는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새였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백로를 군조나 시조로 삼는 시군이 많다. 특히 남해는 봉황이 깃들어 노닐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봉강산에 서식하는 백로는 귀하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새는 생태계의 지표종이다. 곤충들의 개체수를 조정해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옛날에는 탄광의 광부들이 굴속에 들어가기 전에 카나리아를 날려 보내서 그 새가 살아서 돌아오면 석탄을 캐러 들어갔다고 한다. 인류에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하여 의미 있는 경각심을 심어준 라이첼 카슨은 봄이 와도 새들이 울지 않는 ‘침묵의 봄’에서 농약 때문에 벌레가 죽고 그 벌레는 먹고사는 새들이 죽고 그래서 봄이 와도 새들이 울지 않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름다운 노래 소리들 들려주며 창공을 비상하는 새들의 가치를 다시 새롭게 조명하고 강진만 뿐만 아니라 동대만, 앵강만에 도래하는 보물섬의 진객들을 괄시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장차 보물섬의 진짜배기 보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물섬 남해의 갯벌생태계를 건강하게 보호해야 한다. 갯벌에 서식하는 게나 갯지렁이 작은 조개류 등은 새들의 밥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새들은 오지 않는다. 지금처럼 체험마을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계속 된다면 언젠가는 한계가 오게 될 것이다.자연생태계에는 안정적 균형력이 있다.

요컨대 고무줄을 늘였을 때 한계를 벗어나면 고무줄이 터져 버린다. 터지기 전까지만 늘이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버리면 고무줄이 터진다.

보물섬 남해가 지향하는 10만 생태관광도시를 응원하면서 조선후기의 시인 이양연의 ‘백로’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蓑衣混草色 白鷺下溪止 或恐驚飛去 欲起還不起

도롱이 옷이 풀빛과 같아, 백로가 시냇가에 내려 앉았네.

놀라서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일어날까 다시금 가만이 있네.

비가 오는 날 들일을 마친 농부가 도롱이 옷을 입고 냇가에 앉아 진흙 묻은 호미를 씻고 있는데 백로가 도롱이 옷이 풀빛과 닮아 사람인 줄 모르고 내려앉아 먹이를 잡는다. 농부는 걱정이다. 백로가 놀라서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머뭇거린다. 도롱이 옷 속으로 빗물은 스며드는데... 농부의 마음이 예쁘고 고맙다. 굳이 환경운동이나 철새 보호운동이 필요치 않다. 농부의 저 마음이,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이다. 생태관광의 정의가 저 한편의 시로 정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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