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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23
웃어라 꽃섬 23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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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데기.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던 추억이 있다. 한때 생명체의 일부였지만 잔해로 남은 조가비는 바닷물에 씻기고 닦여 예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개껍데기들이다. 쓰레기처럼 늘려있는 이 조가비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개껍데기는 오랫동안 삶과 죽음을 내포한 심오한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종교와 신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모티프로 사용된다. 하나는 성 야고보(Saint James, Santiago)와 관련된 순례자의 상징이고 또 하나는 아프로디테(비너스)와 연결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전자는 기독교적이며 남성적이고 조개껍데기의 볼록 면을 상징 이미지로 사용하는 반면, 후자는 신화적이고 여성적이며 주로 껍데기의 오목 면을 소환한다.

조가비가 순례자의 상징이 된 것은 성 야고보에 관한 전설에서 유래한다. 야고보는 선교활동을 펼치다 참수를 당해 예수의 제자 중 첫 번째 순교자가 된다. 그의 시신을 배에 태워 바다에 띄웠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해안에 닿은 야고보의 시신은 조개껍데기들에 싸여 손상되지 않은 채 보존돼 있었다. 이러한 일화에 따라 조가비는 야고보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치유와 구원의 능력을 상징하게 된다. 이후 야고보의 시신이 산티아고 대성당에 안치되자.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순례를 떠날 때 모자나 옷, 전대 등에 조개껍질을 달았다. 조개껍데기는 죽음의 잔재라는 점에서 덧없는 삶이나 야고보의 순교와 연관되는 한편 오히려 죽음을 물리친 구원과 부활을 상징이기도 하다.

실용적으로 조개껍데기는 순례자가 물을 떠먹는 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순례자가 어느 교회나 수도원이나 성에 도착해 조개그릇을 내밀면 음식이나 술을 채워 줬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도 굶주리지 않고 순례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순례를 끝낸 사람들이 여행의 완성을 기념해 가리비 껍데기를 주워 달았다고도 한다.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의 여행객이 이 길을 걷기 위해 찾아간다. 오늘날은 종교적 순례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명상이나 건강을 위한 수련의 길로서 걷기 여행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조개껍데기는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변형돼 그 길의 곳곳에 새겨져 이정표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증명서나 여행상품 등 각종 기념물에도 첨가돼 전통적 상징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한편 조가비의 오목한 형태는 고대부터 여성성과 연결됐다. 여성의 생식력을 환기시키며 풍요와 다산의 염원을 담은 상징물로 여겨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의 물거품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가비와 연결됐다. 신화시대에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최초의 인간 (티탄족)이 탄생하고, 이들 부부의 갈등으로 아들 중 하나인 크로노스는 낫으로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버렸다. 바닷물에 휩쓸린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거품이 일어났고, 그 거품애서 비너스가 탄생했다. 그 비너스가 조개껍데기에 쌓여 세상에 왔다고 신화는 전한다.

서경방송에서 ‘동네 한바퀴’라는 프로그림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경남의 곳곳을 다니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풍물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엮어서 그 지역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코너였다. 남해읍의 효자문과 3,1기념탑 등을 설명하면서 그 팀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팀은 경남의 각 지역을 다니면서 점심때가 되면 그 지역에서 먹어야 하는 먹거리가 거의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통영의 굴밥, 하동 재첩국, 산청 김치찌개, 등이라고 말 하면서,

그런데 남해에 오면 늘 느끼는 일이지만 특별히 생각나는 음식이 없어서 고민을 한다고 했다. 아니 남해는 멸치쌈밥도 있고, 갈치조림도 있고, 맛있는 것이 많은 데요 라고 반문을 했더니, 그렇기는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대표음식이 없다고 하면서 날더러 고민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바지락 정식을 권했다. 남해군 거의 전 지역에서 생산되고, 거의 모든 계절에 제공가능하고, 조리와 상차림이 간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별한 맛이 있다면서 남해군의 대표음식으로 추천한다고 했다.

바지락은 단백질, 철분, 비타민성분이 다량 함유되어있는 건강식이다. 3, 4월에 제일 맛있다.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에서 이만한 것이 없다. 촉수에는 돌기가 없고 이빨이 3개 있다. 껍질에는 나이테가 박혀있다. 조개류의 껍질은 바닷물 속에 포함된 칼슘 성분으로 이루어지는데, 밀물 때는 물속에 오래 잠겨있기 때문에 칼슘성분을 많이 흡수해서 두꺼워지고 썰물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기간 동안에는 칼슘을 흡수 하는 양이 적어서 두께가 약해진 것이다. 나이테를 보면 그 주기를 알 수 있다.

가끔씩 바닷가에서 바지락껍질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갯 우렁이가 조개위에 앉아서 치설로 갈아 구멍을 내고 그 구멍 속으로 염산성분을 주입해서 껍질을 열고 속살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쏙이 많이 있는 갯벌에는 바지락이 살 수 없다. 바지락의 종패가 쏙 구멍으로 들어가서 폐사하기도 하고 쏙들이 바지락을 잡아먹기도 한다.

바지락은 주로 조간대에 살며 5m정도의 수심의 모래 또는 혼합갯벌에 서식한다. 번식과 성장이 빠르고, 이동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30일에 약 5m이동) 물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주 산란기는 7, 8월인데 번식기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중독될 위험이 있다. 갯벌의 수질정화에 기여하는 패류로서 시간당 약 2L정도의 바닷물을 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촉수에는 돌기도 없다. 여린 이빨이 세 개가 있을 뿐이다.

들물과 날물이 태를 새기고 우렁이가 등짝에 구멍을 판다.

입수 공으로 물을 빨아 출수 공으로 내 뿜으며 제 속살을 채우는 재주는 용하다.

황무지 갯바닥을 무딘 도끼날로 파서 옥토로 바꾸는 재주도 용하다.

바다에 자갈밭에 바지락이 산다. 바지락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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