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9:11 (토)
웃어라 꽃섬 21
웃어라 꽃섬 21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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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밑반찬.

우리나라의 유명 백화점에 가면 특설코너에 항상 죽방멸치가 버티고 있다. 상당한 고가로 팔린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죽방멸치가 비싸고 좋은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멸치가 살아가는 지역의 특성과 먹이, 그리고 수확하는 방법과 가공 방법의 차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동해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은 동해에서 잡히는 생선이 가장 맛있다고 자랑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동해는 물이 차고, 수심이 깊고 깨끗한 곳이니까 그렇다고 한다. 서해 쪽으로 가면 자기 지역의 생선이 가장 좋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중국의 사막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황사에 포함돤 다양한 성분의 영양염류들 때문에 양분이 풍부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남해안 쪽에서 생산되는 생선들이 가장 맛있다. 왜냐하면 남해안은 많은 섬 들로 형성되어있다. 우리 남해만 하더라도 8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섬과 섬 사이로 밀물과 썰물이 흐르게 되면 그 물살이 무척 빨라진다. 빠른 물살 속에서 살아가려면 그만큼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은 힘이 들게 되고, 그러면 근육들이 발달하게 되고 육질이 탄탄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미국 FDA에서 인정한 청정해역이다. 청정해역에서 살고 있는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이 지역의 멸치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훨씬 더 맛있고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죽방멸치는 수확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지 않도록 발에 든 멸치를 채로 떠서 건져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삶아서 그늘에 말려 포장하기 때문에 비늘 하나도 전혀 손상이 없이 찬란한 은빛이 살아있다. 이만하면 불멸의 밑반찬 손도 죽방멸치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멸치를 생산해 내는 이곳이 한국의 명승으로 지정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남해 미조항은 봄이면 멸치털이가 한창이다. 유자망에 걸린 멸치를 포구에서 터는 일이다. 10여명이 '어야라 차이야, 어야라 차이야' 소리에 맞춰 그물을 털면 멸치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진다. 이런 멸치를 큰 항아리에 1m쯤 쌓고 그 위에 소금을 1m를 붙는다. 이렇게 몇 차례 쌓아서 3년을 묵혀두면 남는 것이 멸치 눈깔뿐이라고 한다. 모든 음식의 밑바탕이 되는 멸치 액 젖이 된다.

남해에서 특별히 맛볼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멸치 회와 멸치 쌈밥이다. 멸치회는 대멸의 대가리와 뼈를 발라내고 채소를 넣어서 막걸리 식초에 버무린다. 멸치 쌈밥은 시래기와 파, 마늘 등 각종 채소와 양념과 함께 넣어서 끊여낸다. 제철만 아니라 싱싱한 멸치를 급냉으로 보관했다가 사철 멸치 쌈밥을 전문으로 내놓기도 한다. 멸치튀김과 멸치 석쇠 구이도 일품이다.

“멸치 맛은 갈치가 안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뿐 아니라 갈치, 농어, 다랑어 등 덩치가 큰 생선에게도 멸치는 소중하다. 물새들도 멸치를 기다린다. 먹이사슬에서 멸치는 어업생산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플랑크톤이 해양생태계의 기초라면 멸치는 바다 육식동물의 생존 기반이다. 인간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보물섬 남해의 손도에서 잡히는 죽방멸치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제 걱정이 된다. 지금 손도에는 너무 많은 죽방이 설치되어있다. 연한 회유성인 멸치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너무 촘촘하게 설치되어있어서 씨를 말릴 지경이다. 불멸의 밑반찬이 아니라 전설의 밑반찬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다. 손도 개불이 그것이다. 그 생김새 때문에 유래된 이름으로 생긴 모양이 재미있다. 원통형의 소시지 모양이다. 앞쪽에 늘였다 줄였다 하는 납작한 주둥이가 있는데, 이 주둥이 속에 뇌가 들어있다고 한다. 수심 3m 정도에서 U자형 구멍을 파고 사는데, 암놈과 수놈이 알과 정자를 만들어서 체외수정을 한다. 수온이 차가워지는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소형 어선에 갈고리와 물풍보(물보)를 사용해서 갈고리로 끌면서 수확한다. 개불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데 이것은 글리신과 알라딘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전 용해 성분이 있어서 고혈압과 다이어트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설을 전후한 쌀쌀한 날씨에 손도 선창에서 선홍색의 쫄깃한 개불을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기가 막힌다.

그런데 지금은 안타깝게도 해수온의 이상 상승으로 소중한 우리의 수산자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손도 개불도. 불멸의 밑반찬 죽방렴 멸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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