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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20
웃어라 꽃섬 20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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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이야기.

만족할 줄 알고 사는 마을, 지족이다. 이곳에 손도라는 좁은 물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도 울돌목에 이어서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른 곳이다. 시속 13-15Km에 이른다. 창선면 지족과 삼동면 지족사이의 해협을 흐르는 저 물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들 한다. 지금은 해협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물길의 폭이 좁아지면 물 흐름이 빨라지고 물소리도 더 거칠어져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은 강진만으로 유입되는 해수의 양이 갯벌들의 매립과 해안도로의 개설로 인하여 줄어든 탓이리라. 그래도 손도의 밀물과 썰물은 만만치가 않다.

이런 물길을 이용해서 조상들은 특별한 어살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 바로 원시어업 죽방렴이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이곳의 혼합갯벌 바닥에 V자 형태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활 가지 모양으로 참나무를 박아 세운다. 참나무 사이를 대나무로 역어서 발을 만들고 그 끝에 발통을 만들어서 물살에 쓸린 고기들이 발통에 들어오면 채로 떠서 건져 올리는 방식이다.

조선예종원년(1469) 경상도속찬지리지 남해 현 조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되었다“고 나온다. 그 방전이 죽방렴이다. 친환경적 원시어로 방식이다. 사람들은 지족의 지명처럼 만족함을 알고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이 심성을 표현하는 ‘군자식 어로법’이라고도 한다.

원시어업 죽방렴은 한국의 명승 제71호(2010)이자 국가무형문화재 138-1호(2019)로 지정돼 있고, 해양수산부는 죽방렴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2015)로 지정하여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 남해군에서는 ‘죽방렴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GIAHS) 등재를 위한 용역을 시행했다. 시행사는 죽방렴 어업이 “산이 많고 평야가 협소해 농업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섬 주민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고안한 전통함정어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업유산”이며 자연 순응적인 전통어법이 유지·계승되면서 지금까지 어업인들의 소득원으로 사회·경제적 가치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해군을 상징하는 전통어업경관’이자 ‘바다를 지키는 자연친화적 어업’, ‘남해군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라는 ‘현대적 가치’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이 등재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족해협 일대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과 바다 및 자연환경에 순응하여 수 백 년 간 발전해 온 한반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전통 함정 어업으로서 보전 가치가 뛰어난 살아 있는 유산” 이라는 것이다.

손도의 경관은 특별하다. 좁은 지족해협을 거칠게 흐르는 물살에 위태롭게 떠있는 장구섬과 먹구섬 사이로 일출의 장엄함과 일몰의 황홀을 한곳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적양을 태울 듯이 떠오른 해가 중천에서는 손도의 거친 물살을 윤설로 어루만지며 잠시 머뭇하더니, 붉은 빛으로 변하면서 유방섬 사이로 떨어지는 장면은 이어질 밤의 황홀을 예감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주요 수산물이 멸치다. ‘불멸의 밑반찬, 죽방렴 멸치볶음’ 바로 그것이다.멸치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 해안에서 생산되는 경골어강, 청어목, 멸치과의 해산어류이다. 일찍이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멸치를 성질이 급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 다는 의미로 멸할 멸자를 써서 멸치라고도 하고, 업신여길 멸자를 써서 멸어 라고도 불렀다고 전한다. 그러나 멸치는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모든 아시아 권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어류다. 사람들이 불안하거나 신경질이 나는 것은 몸속의 칼슘이 부족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칼슘과 단백질과 무기물 덩어리인 멸치를 먹으면 회복된다.

멸치의 특성은 빛을 찾아가는 주광성어류이다. 연안으로 돌아오는 회유성인 멸치는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고 이동하는 집단성어류이고, 빨리 이동할 수 있기 위해서 몸집을 줄이고 많은 새끼를 산란하고 빠르게 성장한다. 주로 대륙붕에서 5-8월에 한 마리가 약 4천-5천 립의 알을 산란하는데, 14도 이상의 수온과 30psu 이상의 염도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수심 2-30m에서 한밤중에 산란한다.

멸치는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행어, 강릉에서는 앵매리, 포항에서는 눈퉁이라고 하며, 그리고 정어리, 곤어리, 운어리, 행어 등을 통털어 멸치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가다구찌 이시와 중국에서는 티위, 영어로는 엔초비(enchovy)라고 하며,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세멸(지리), 소멸(가르치), 중멸(고바), 대멸(주바, 오바)라고 하며 국물을 우려내는 것을 다시라고 부른다.

멸치의 특징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면 멸치는 머리 부분의 귀 속에 이석(otolith)이라는 칼슘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균행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인 ‘귓돌’이 있는데 이것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살펴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서 멸치의 나이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어난 날짜와 살아온 이력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제 저 멸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멸치로서는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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