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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꽃섬 16
웃어라 꽃섬 16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7 0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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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곳간.

 

남해읍 광포마을은 옛날에 바닷물이 마을 어귀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넓은 포구라는 의미로 광포라고 불렸다. 이 마을에 살든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어머니가 동생을 낳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친구는 스스로 가사를 책임져야 했다. 자기 키보다 두 배나 큰 대나무 막대기를 잘라서 봉내 바닷가로 내려갔다. 훌렁훌렁 겉옷을 벗고 팬티 바람에 가지고 간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발가락으로 더듬으면 뭔가 딱딱한 것이 걸린다. 그곳에 막대기를 박아두고 자멱질로 내려가 손에 잡히는 것을 잡아 올리면 아이들 머리만 한 피조개가 올라온다. 두세 마리면 넉넉하다. 잡아낸 조개를 담아서 돌아오는 길에, 저쪽에서 한 아저씨기 “내 문어야”하고 외친다. 밀물을 따라 문어 한 마리가 대가리를 흔들며 올라온다. 그런 문어를 보고 먼저 “내 문어야”하고 외치면 그 문어는 그 사람 차지다.

통발에 든 게랑 문어랑 얻어와 푹 삶아서 어머니를 보살폈다. 이렇게 봉내 갯가는 가난했던 친구의 곳간이었다. 그렇게 키워 낸 여동생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 쯤에 돈 많은 어느 재일교포가 이 풍성한 갯벌을 간척사업으로 매립을 해서 친구의 곳간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에코파크라는 이름으로 인간들 욕망의 흔적인 쓰레기를 쏟아부었다.

당황해서 비틀거리던 강진만은 헐떡이며 숨을 고르더니 세월과 자연의 ‘안정적균형력’을 동원하여 그 허망한 땅에 갈대를 가꾸고, 갈대는 개개비를 불러오고, 개개비는 뻐꾸기를 들여왔다. 이제 그곳은 사람과 갈대와 새들이 공존하는 생명의 터가 되었다.

겨울철에 강진만의 입현 매립지 쪽으로 내려가면 덩치가 크고 온몸이 하얀색의 새들이 물 위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까이 가면 놀라서 날아가는 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답고 우아하다. 11월 말에서 이듬해 3월까지 우리 남해를 찾아오는 겨울철의 진객 큰고니(Wooper Swan)다. 고니(백조)류는 전 세계에 8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큰고니, 고니, 혹고니 등 3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 3종은 모두 희귀한 겨울 철새로서 국제적인 보호가 요청되는 종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지정하였으며, 멸종위기 2급, 국가 적색 목록 취약(VU)로 관리되고 있다. 온몸이 백색이지만 부리는 앞 끝이 검고 기부(基部)의 절반은 노란색이고, 다리는 검은색이다. 그러나 어린 새는 회갈색이다. 주로 초식성으로 긴 목을 물속에 넣어 넓고 납작한 부리로 호수 밑바닥의 풀뿌리와 줄기를 끊어먹거나, 질펀한 갯벌에 부리를 파묻고 우렁이, 조개, 해초, 작은 어류 따위를 먹는다.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과안과안‘ 하고 울어서 고니라고 한다. 이제는 사람들과 친숙 해져서 날아가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잘 논다.

보물섬 남해에서 관찰된 철새들은 모두 230여 종에 달한다. 큰고니, 수리부엉이. 새매,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천연기념물과 매,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 1급, 그리고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 솔개, 물수리와 같은 멸종위기 2급 종들을 포함한다. 그따위 새 몇 마리 가지고 큰일이나 난 것처럼 설치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새는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종이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강진만은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중요한 철새들의 도래지이며 특히 다른 지역에서 개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몇몇 귀한 종들의 새가 우리 지역에서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보물섬 남해의 자연환경이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증거이다.

그 중심이 바로 인공습지인 입현 매립지다. 천혜의 자연 갯벌을 훼손하고 인간의 탐욕이 조성한 인공습지를 자연이 자연의 균형력으로 다시 복원시켰다. 그러나 영악한 인간들은 그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울창한 갈대숲을 싹 없애버리고 큰고니, 청동오리, 흰죽지들의 놀이터였던 그곳에 태양광발전소를 때려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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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섭 2023-03-25 21:54:25
저런 태양광 팔전이 갯벌을 버려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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