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4:07 (목)
웃어라 꽃섬 15
웃어라 꽃섬 15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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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와 새.

 

설천면의 갯벌들은 대부분 혼합갯벌이다. 모레와 자갈과 뻘이 섞여서 이루어진 형태로, 한 종류만으로 형성된 갯벌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저서생물이나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진목이 그런 곳이다. 좁은 하천을 따라 내려가면 곳곳의 하천 둑에 구멍들이 뚫려있고, 그 구멍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방게나 도둑게 들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굴리며 앉아있다. 그 게 중에서 흔치 않게 장군게(갯게)가 관찰되기도 한다. 멸종위기종 2급이다.

이 친구를 잘못 건드리면 적지 않게 시끄럽다. 고이나 과실로 이 친구를 죽이거나 이 친구의 서식처를 훼손하면 적지 않는 벌금을 내거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 이 친구들 자연생태계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의 역할과 기능과 효용성을 알기도 전에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당연히 중요한 것을 안다. 그러나 갯벌 체험을 하겠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없다. 갯벌 체험을 상품으로 파는 지역민들도 그런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커다란 PP병에 한가득 게들을 잡아간다. 잡아가서 먹지도 못하고 죽여서 버릴 것들을 저렇게 잡아가는 것을 말리지도 않고 그냥 두고 본다.

게는 주로 새들의 밥이다, 그래서 게들이 제일 경계하는 것이 새들이고 그래서 게들은 눈이 잘 발달 되어 있으며 그 눈으로 새들이 덤벼드는 하늘만 보면서 산다. 그래서 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게를 잡을 때는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실을 걸쳐두고 중간쯤에다 게 먹이를 달아두면 게들은 보지도 않고 냄새를 따라가다가 구덩이에 빠져서 잡힌다. 반면에 발달 된 게들의 눈은 무려 270도를 살필 수 있다. 새가 게를 한 마리 잡아먹으려면 270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재빨리 날아들어 채어야 한다. 게들은 더 세밀한 조심을 한다. 게는 새들이 270도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가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서 날아오는 새들의 비행에서 생기는 공기의 파동을 느끼는 기능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게들의 눈알에 ‘각막모’라는 미세한 털이 촘촘히 박혀 있는데 그것들이 새들이 날아오는 공기의 파동을 느끼게 하여 재빨리 도망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게들에게는 그 기능이 생명과 직결되고 그 기능을 발휘하는 ‘각막모’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제3의 턱다리 라고 하는 가슴다리를 하나 숨겨 두고 있다. 유연성이 뛰어나고 운동성이 좋은 이 다리 끝에 붙어있는 칫솔모 같은 것이 게들의 미세한 각막모를 차량의 윈도우브로셔 처럼 싹싹 딱아서 관리해 준다. 이 다리는 또 게들의 호흡기인 아가미에 흡착되는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게에게는 먹이를 저장하고 소화 시키는 위가 네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앞 위, 원 위, 가운데 위, 뒷 위가 그것들이다. 게들의 위가 이렇게 많이 있는 것은 게들은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탈피를 한다. 탈피를 하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양을 사전에 먹어서 채워두고 되새임하여 먹는 것이다. 우리가 게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게는 끊임없이 먹는다. 모든 삶의 목적이 먹는 것인 것처럼 먹어댄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게의 구조와 식생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 것은 하찮게 보이는 저 게들도 나름대로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진화해 온 귀중한 생명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우리 지역을 찾아오는 새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날아와서 이곳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저서생물을 먹고 체력을 보강해서 다시 시베리아 등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체력을 보강한 철새들은 3박4일 동안을 논스톱으로 날아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몸무게가 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갯벌은 새들에게 중요한 식량 공급처인 주유소인 셈이다. 사람들의 오락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게들을 잡아 없애버리면, 먹이사슬의 한 단계가 사라져버린다,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훼손되면 인류의 삶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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