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4:07 (목)
웃어라 꽃섬 12
웃어라 꽃섬 12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3.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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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윤교와 굴(oyster)

우리나라의 육지부에 있는 등대 중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등대, 왕지등대다. 보물섬 남해의 정북방향에 서 있는 작고 아름다운 등대. 이곳에서 남해대교에 걸리는 석양은 환상적이다. 여기서부터 보물섬 남해의 해양 보고인 강진만이 시작된다.

왕지마을은 어촌 체험 마을로 지정되어 매년 많은 사람이 어촌 체험을 위하여 찾아오는 아름답고 풍성한 마을이었다. 이제는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멈춰버린 상태다. 태조 이성계가 금산으로 가다가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고 해서 ‘왕지’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강진만에 조성되어있는 해안선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강진만의 갯내음이 폐 속까지 스며든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갯벌 생태체험에서는 널려있는 바지락잡이와 한밤중에 낙지잡이, 겨울에는 자연산 생굴 까먹기도 제맛이다.

왕지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봉우마을로 가는 길에 상당한 규모의 교량이 설치되어있다. 총연장 370m. 푹 9.2m의 ‘강진교’인데 일명 ‘세윤교’ 라고도 부른다. 이 다리가 건설될 당시에는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 해안선의 갯바위를 깨고 그 위로 도로를 건설하려고 하다가 당시 환경운동가였던 필자의 강한 저항과 반대로 예산과 건설 기간이 늘어난 지금의 교량이 건설된 것이다. 당시에는 인근 마을의 어른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고맙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이 다리가 정력이 샘솟는 다리가 되었다. 걸어서 이 다리를 한번 건너면 잃어버린 사랑의 힘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필자의 이름 ‘조세윤’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다. 여기서 생산되는 굴을 먹고 그래도 불안하면 ‘세윤교’를 한번 걸어 보시던지...플라시보의 마법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강진만에서 생산되는 굴은 대부분이 이곳에서 왕지와 봉우마을에서 생산된다. 인근의 통영시가 굴밥과 굴 요리의 명소로 유명하지만, 우리 남해도 상당한 량의 굴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지역이다. 나폴레옹, 카이사르, 비스마르크 등 외국의 유명인들이 엄청난 량의 굴을 먹었다고 한다. 굴이 뛰어난 정력제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굴에 함유된 미량원소인 아연은 정액의 성분이기도 하다. 서양에는 ‘Eat oyster, Love longer’(굴을 먹으면 사랑도 오래간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굴은 육지의 우유와 더불어 바다의 우유라고도 하고 달걀과 더불어 삼대 안전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주강현의 관해기에 기록된 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굴은 바위에 붙어사는 바위굴, 그리고 줄에 매달아 물속에서 키우는 수하식 굴로 나뉘는데 실제로 바위굴은 전체 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이 수하식이다. 수하식 굴을 양식 굴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굴은 양식이 없다고 한다. 긴 줄에 매달아서 키워 낼 뿐이지 다른 양식어류처럼 먹이를 주거나 하지 않고 자연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갯가의 작은 돌에 붙어사는 작은 굴, 즉 석화를 선호한다. 알이 굵은 수하식 굴은 상대적으로 낮게 친다. 바위굴은 썰물 때는 성장이 멈추지만, 수하식은 항상 물속에 잠겨있어서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한다. 미국 FDA는 자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위해서 매년 조사관을 파견하여 우리나라의 남해안 굴밭을 샅샅이 조사한다. 그 사람들의 엄정한 검증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어패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해변에서 서식하는 자연산 굴을 먹기 위해서 ‘검은머리물때새’, 즉 굴 까기 새들이 찾아온다. 단단한 굴 껍질을 야무진 부리로 요리조리 비틀어가며 까먹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다. 굴은 특이하게도 한 개체 속에서 성전환을 한다. 주변의 환경이 나쁘면 수놈이 되고, 환경 좋으면 암놈으로 전환하여 번식한다.

굴전, 굴구이, 굴국, 굴김치, 굴젖 등 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굴은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친밀하고 안전한 먹거리다. 제주도의 ‘불턱’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여 우리 지역에서도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에 생산되는 굴이나 패류를 바닷가에서 직접 구워먹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훌륭한 생태체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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