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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라 꽃섬 - 1
웃으라 꽃섬 - 1
  • 남해인터넷뉴스
  • 승인 2023.01.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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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몽돌의 향연

 

 

보물섬 남해의 지질 형성기는 중생대 백악기(1억1천년전)로 창선면 가인리 공룡발자국 화석의 발견으로 기록되고. 1995년 남면 평산리에서 석영제 몸돌석기 1점이 채집됨으로써 구석기 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이 구석기 학회의 발표로 확인된다. 남해 전역에서 발견되는 108기의 고인돌과 고현면 도마에서 출토된 토기편이 청동기와 철기시대에 생활상을 밝히고 있다.

전국면적의 0.36%, 경남면적의 3.40%로 357.62제곱킬로미터인 보물섬 남해는 한반도 남단의 도서 군으로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큰 섬이다. 남해도와 창선도외 호도, 조도, 노도 등 5개의 유인도와 76개의 무인도가 있어 81개의 꽃잎 같은 섬으로 이루어져있다. 남해군의 지질은 대부분 경상계 퇴적암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망운산등의 산지는 화강암이 부분적으로 관입되어있다.

태고적 어느 시절에 응어리진 화산이 문득 분기를 참지 못하고 속에서 끓고 있던 마그마를 토해내고 만다, 천지사방으로 터져나간 화산의 울분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그 분기를 삭여낸다. 억년의 한이 터져 나왔으니 거칠고 험한 것은 당연한 모습, 그리고 다시 억년의 세월이 흐른다, 세월에 씻기고, 파도에 밀리고, 몸과 몸에 부딧치고, 쓸려서 이제 거칠고 험한 마그마의 자식들은 모서리가 닳고 거친 피부는 떨어져 나가 온 몸이 부드러워지기 시작 한다. 몽돌이 된 것이다.

평산의 작은 미술관을 출발하여 유구와 사촌해수욕장을 지나오면서 줄 곳 이 선 구해변의 몽돌을 생각했다. 이곳의 몽돌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몽돌의 표면에 다양한 모양의 무늬들이 박혀있다. 고대 사가들은 깨어진 기와 조각 하나로 그 시절의 풍물 알아낸다고 했던가, 그런데 수석을 하는 사람들은 손바닥위에 올려지는 몽돌 하나로 지구의 역사를 탐닉하고 억년의 세월을 가늠 한다고 한다.

작은 몽돌에 새겨진 무늬의 모양이 어떤 여인의 형상하고 있으면 그는 크게 감동하여 “나는 오늘 한 여인을 이 바닷가에서 만났다”라고 흥분하여 말한다, 그런데 그 여인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 바닷가에서 수 억 년의 세월을 파도에 밀리며 세월에 부딧히며 기다려 왔다는 것이다, 신이 만든 산물이 아니라, 신의 방치가 만든 만남이라는 것이다, 나도 끊임없이 한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 몽돌 밭에 머리를 쳐 박듯이 하며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싸돌아 다녔지만 허사다, 그녀가 나를 만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안타까운 마음을 접고 발길을 재촉한다, 건너 마을 항촌의 몽돌 밭이 가깝다.

미세한 경사면인데도 한 발자국을 걸을 때마다 균형 잡기가 어렵다, 사그르 밀리고, 바그르 무너진다, 이곳의 항촌의 몽돌은 선구 몽돌이보다 크기기 작고 아담하다, 예쁜 조약돌 수준이다, 물에 젖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영롱하다. 참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이 몽돌들은 함부로 가져갈 수 없다. 가져가다가 동네사람들에게 걸리면 그 몽돌로 이마를 때린다. 몽돌이 깨질 때 까지....

나는 걷기를 멈추고 배낭을 베게삼아 몽돌 밭에 누워버렸다, 잠시 몸 아래 돌들이 알아서 자리를 고르더니 편안한 침상을 제공한다, 내 몸이 호사를 한다, 푸른 하늘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얀 하늘에 푸른 구름인가,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인가? 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 작은 몽돌들 사이로 밀려온 파도들이 스며든다, 사그르 사그르.. 그러는가 싶더니 잠시 사이에 도망치듯이 빠져나간다, 바그르 바그르... 그런데 이 소리들은 어디에선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 나는 드디어 그 소리의 진원지를 기억해 내고야 말았다, 그곳은 어머니의 자궁이다, 그곳은 내 생명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뱃속에서 탯줄을 빨며 들었던 나를 키우는 양수의 숨소리였다, 그래서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었구나, 지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생명은 바다로 부터 기인한다, 이 소리는, 밀려오고 밀려가는 이 소리는, 모든 생명을 잉태한 대양의 자궁에서 흐르는, 양수가 숨 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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